기성용(24)이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선물’했다. 그가 골을 터뜨린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박싱데이(boxing day)’였다. 그의 데뷔골은 강등 위기에 내몰린 팀에게도 월드컵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도 값진 선물이 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의 기성용이 27일(한국시각)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한 뒤 이를 성공시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뒤 올해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된 이후 3개월, 프리미어리그 데뷔 1년 2개월 만에 나온 리그 첫 골이다. 지난 18일 캐피털원컵 준결승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잉글랜드 진출 첫 골을 터뜨린 지 10일도 안돼 다시 골맛을 봤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기성용에게 전반 22분 기회가 왔다. 상대 골키퍼 팀 하워드가 최종 수비수인 레온 오스만에게 골킥을 했으나 공이 오스만의 발을 맞고 옆으로 튀었고 기성용이 이를 가로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든 뒤 파울을 유도해냈다. 하워드는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고,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은 기성용에게 직접 페널티킥을 차도록 지시했다. 기성용은은 침착하게 골문 왼쪽으로 차넣어 이날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에 앞서 상대 골키퍼의 퇴장을 유도한 기성용의 플레이는 한 골 이상의 값어치를 해냈다. 에버턴은 10명의 선수로 점유율 54.7%, 26개 슛을 날리며 안방 패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러 차례 선덜랜드 골키퍼 비토 마노네의 선방에 막혔다. 한명의 선수가 부족한 탓에 세밀함이 덜해 26개의 슛 중 골문을 향한 건 9개에 불과했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 스포츠>는 기성용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패스 정확도 100%였다”고 평가하며 마노네와 함께 양팀 최고 평점인 9점을 줬다.
리그 5위(9승7무2패, 승점 34)인 에버턴에게 올 시즌 첫 안방 패배를 안긴 최하위 선덜랜드는 승점 3을 추가해 3승4무11패(승점 13)가 됐다. 여전히 리그 최하위지만 ‘잔류 커트라인’인 17위에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선두권 팀들의 순위는 매 경기마다 바뀌고 있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에 1-2로 진 리버풀(승점 36)은 1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고, 승리를 거둔 아스널(승점 39)-맨시티(승점 38)-첼시(승점 37)가 나란히 1~3위로 한계단씩 올랐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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