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는 지역 주민의 삶 속으로 파고들며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선수들이 ‘어린이 축구교실’을 열거나 지역에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경기장을 장애인·여성·아이들이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5월17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간도스의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윤형중 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
일본 J리그 생존법
일본 J리그 생존법
“일본 팀들은 모기업이나 메인 스폰서에 기대지 않고 지역사회에 밀착하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가게와 중소기업 등의 스폰서도 많습니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광고와 후원자를 유치하고, 선수들이 학교에 가서 일일교사를 한다든지, 어린이 축구교실을 여는 등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활동에도 적극적입니다.”
일본 J리그 사간 도스의 윤정환 감독이 소개한 지역 밀착 마케팅의 사례다. 사간 도스는 이런 구단 운영에 힘입어 2012년 입장권 수익으로만 4억9500만엔을 벌어들여 총 14억5400만엔의 수익을 거뒀다. 여기서 인건비와 운영경비 등의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9000만엔이다. J리그에는 이처럼 당기순이익을 거둔 팀만 2012년 기준으로 1부리그 18개팀 가운데 13팀이다.
한국 프로축구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프로축구팀 중에 경영 공시자료를 공개하는 팀은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 연명할 수 있는 팀은 없다고 보면 된다. 대전 시티즌, 강원FC, 경남FC 등 총 6개의 시민구단 중에서도 자본잠식이 아닌 구단은 대구FC뿐”이라고 밝혔다.
입장권 수익 5억엔 등 벌어
2012년 당기순이익 9000만엔
사간도스처럼 J리그엔 이처럼
당기순이익 거둔 팀만 13개
프로팀마다 지역밀착 마케팅
초등학교 순례해 축구교실 열고
동네 빵집·세탁소 등 스폰서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방문조사
일본프로축구팀을 분석해 온 김기범 프로축구연맹 경영기획팀 차장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지역과의 연계성’에서 찾는다. 김 차장은 “J리그가 K리그보다 10년 늦게 시작됐지만, 일본은 사실상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지역마다 축구클럽이 결성돼 뿌리내린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보다 지방자치가 일찍 시작됐고 고유의 지역색이 강한 점도 프로축구팀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올 2월 일본 프로축구팀 3곳을 방문해 우수운영 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방문했던 쇼난 벨마레는 인구 26만명의 일본 가나가와현의 소도시 히라쓰카를 연고로 하고 있다. 벨마레는 홍명보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1997~1998년 뛰었던 벨마레 히라쓰카의 후신이기도 하다. 벨마레의 모기업이던 후지타공업은 1998년 경영난을 겪었고 이듬해 축구팀 경영을 포기했다. 예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벨마레는 주력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성적이 떨어져 2부리그로 강등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당시 팀 해체 위기까지 몰렸으나 시민들이 비영리법인을 결성해 시민클럽으로 존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벨마레는 지역 밀착 마케팅에 힘썼다. 대표적인 것이 연고지역 내 초등학교를 순례하며 축구교실을 연 것이다. 벨마레는 1년간 지역 초등학교 150곳을 모두 돌며 축구교실을 실시한다. 2부리그에 있는 방포레 고후도 지역 밀착의 좋은 사례다. 김 차장은 “방포레 고후의 경우 스폰서가 400개에 이른다. 스폰서들 중에는 심지어 동네 빵집이나 세탁소도 있다. 빵집에선 자기네 가게에서 만든 빵을 후원하고, 세탁소는 선수들 유니폼을 드라이클리닝 해준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지역의 팀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가 엇박자를 내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시스템과 정책을 만든다는 것도 일본의 장점이다. 윤 감독은 “일본은 축구협회가 내는 정보를 일선 프로팀과 공유한다. 협회가 일본 대표팀의 훈련법과 그 성과 등을 공유해 팀에서 선수들에게 적용해본 적이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 클럽에 지도자 자리가 생기면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주는 등 여러 부문에서 체계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본 프로축구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총 814만7671명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228만2769명이다. 두 국가의 인구수와 경제규모를 고려해도 큰 차이다. 김 차장은 “J리그도 현재 위기라고 판단하며 더욱 지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본보다 더 위기인 K리그 팀들이 분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2012년 당기순이익 9000만엔
사간도스처럼 J리그엔 이처럼
당기순이익 거둔 팀만 13개
프로팀마다 지역밀착 마케팅
초등학교 순례해 축구교실 열고
동네 빵집·세탁소 등 스폰서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방문조사
일본프로축구팀을 분석해 온 김기범 프로축구연맹 경영기획팀 차장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지역과의 연계성’에서 찾는다. 김 차장은 “J리그가 K리그보다 10년 늦게 시작됐지만, 일본은 사실상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지역마다 축구클럽이 결성돼 뿌리내린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보다 지방자치가 일찍 시작됐고 고유의 지역색이 강한 점도 프로축구팀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올 2월 일본 프로축구팀 3곳을 방문해 우수운영 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방문했던 쇼난 벨마레는 인구 26만명의 일본 가나가와현의 소도시 히라쓰카를 연고로 하고 있다. 벨마레는 홍명보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1997~1998년 뛰었던 벨마레 히라쓰카의 후신이기도 하다. 벨마레의 모기업이던 후지타공업은 1998년 경영난을 겪었고 이듬해 축구팀 경영을 포기했다. 예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벨마레는 주력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성적이 떨어져 2부리그로 강등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당시 팀 해체 위기까지 몰렸으나 시민들이 비영리법인을 결성해 시민클럽으로 존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벨마레는 지역 밀착 마케팅에 힘썼다. 대표적인 것이 연고지역 내 초등학교를 순례하며 축구교실을 연 것이다. 벨마레는 1년간 지역 초등학교 150곳을 모두 돌며 축구교실을 실시한다. 2부리그에 있는 방포레 고후도 지역 밀착의 좋은 사례다. 김 차장은 “방포레 고후의 경우 스폰서가 400개에 이른다. 스폰서들 중에는 심지어 동네 빵집이나 세탁소도 있다. 빵집에선 자기네 가게에서 만든 빵을 후원하고, 세탁소는 선수들 유니폼을 드라이클리닝 해준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지역의 팀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가 엇박자를 내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시스템과 정책을 만든다는 것도 일본의 장점이다. 윤 감독은 “일본은 축구협회가 내는 정보를 일선 프로팀과 공유한다. 협회가 일본 대표팀의 훈련법과 그 성과 등을 공유해 팀에서 선수들에게 적용해본 적이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 클럽에 지도자 자리가 생기면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주는 등 여러 부문에서 체계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본 프로축구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총 814만7671명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228만2769명이다. 두 국가의 인구수와 경제규모를 고려해도 큰 차이다. 김 차장은 “J리그도 현재 위기라고 판단하며 더욱 지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본보다 더 위기인 K리그 팀들이 분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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