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 (AP=연합뉴스)
감독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루이스 엔리케(44) 바르셀로나 감독의 교체사인을 거부한 메시의 반응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감독의 역관계가 축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페인 방송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캄푸투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에이바르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교체를 거부한 리오넬 메시(27)의 동영상을 20일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당시 바르셀로나의 엔리케 감독은 3-0으로 앞서자 후반 31분 메시한테 교체 신호를 보낸다. 엔리케 감독은 “레오!(메시의 애칭), 레오!”라며 부르지만, 메시는 엄지 손가락으로 이상없다는 신호를 보낸 뒤 뒤돌아서서는 자기 길을 간다. 순간 당황한 엔리케 감독의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머쓱해진 감독은 어찔할까를 고민하다가, 네이마르를 빼 버린다. 챔피언스리그 등을 대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 경기에 갔다온 메시를 쉬도록 하겠다는 배려는 묵살 당했고, 신예 공격수 무니르 엘 하다디(19)를 메시 대신 투입하려던 계획도 어그러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거쳤고, 스페인 대표팀에서 활약한 명선수 출신 엔리케 감독의 자존심은 금이 갔다.
국내외 스포츠를 망라하고 선수가 감독의 지시를 정면에서 뭉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메시의 동영상을 본 한 팬은 댓글에서, “호날두가 어떤 감독한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봤냐? 메시가 아무리 착한 선수라도 규율이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다른 팬은 “호날두는 더한 짓도 한다”며 메시를 옹호하기도 했다.
엔리케 감독은 나중에 스페인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장면이 여러가지로 해석되겠지만 내가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벤치에서 때로 나 자신을 성찰하다가 메시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절감한다”며 메시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메시의 교체 지시 거부는 의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메시는 에이바르와의 경기에서 1골을 넣어 프리메라리가 10년 동안 통산 250골을 기록했다. 2골만 더 넣으면 기존의 프리메라리가 통산 최다골 기록(251골·1955년 텔모 자라)을 넘어서게 된다. 또 경쟁자인 호날두가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8라운드 만의 15호골 최단 기록을 세운 것도 자극을 주고 있다. 메시는 8라운드 현재 7골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관계가 조금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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