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이며,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인 이케르 카시야스 선수.
노장의 향기란 이런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이며,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인 이케르 카시야스(33·사진). 유럽 클럽팀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과 국가대표로 유럽축구대회 2회, 월드컵 1회 우승을 일군 그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카시야스는 “구단은 언제든 쉬고 싶을 때 말하라고 하지만, 나는 40살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4일(한국시각) 전했다.
16살이던 1997년 11월 레알 마드리드 1군에 호출된 이래 17년, 1군 골키퍼로 2000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군 뒤 15년간 한길을 달려왔다. 5일 새벽 안방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리버풀전에 나서면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출장(144회) 기록을 세운다.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에서 15명의 감독과 5명의 사장을 경험했다. 어린 축구팬들로부터 ‘성인 이케르’라 불릴 정도다.
시련도 있었다. 2000·2002·201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이지만, 2012년 조제 모리뉴 감독 시절에는 1군에서 배척당했다. 모리뉴 감독은 디에고 로페스로 간판 골키퍼를 바꿨다. 그는 “골키퍼는 체력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그땐 정말 홀로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다행히 지난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부임 이래 부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했고 팀의 주장으로 복귀했다.
5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벌인 2013~2014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실수로 전반 0-1로 뒤지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이 터졌다. 이후 연장에서 4-1 대역전승. 카시야스는 “관중석의 반응을 잘 들을 수 있는 게 골키퍼다. 생각 같아서는 내가 필드로 나가 골을 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이겼는데 월드컵 우승 때보다 더 기뻤다”고 했다.
월드컵 때는 스페인의 몰락과 함께 나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 시즌 레알마드리드의 리그 선두, 챔피언스리그 B조 선두를 앞에서 끌며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유니폼 수집이 취미인 카시야스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마리오 발로텔리와 유니폼을 교환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축구에서는 전반전이 끝난 뒤 유니폼을 교환하는 일이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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