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5) 전북 현대 감독은 ‘미스터리’하다. 2009년·2011년에 이어 세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번 하기도 힘든 우승을 세차례나 했으니 들뜰 수도 있지만 티를 내지 않는다. 조용한 목소리에선 ‘우승 감독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8일 K리그 클래식 제주전 승리(3-0)로 3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확정한 2014 K리그 정상은 특별하다.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은 고통스러웠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이란전(0-1)에서 뒤지고, 같은 시간 우즈베키스탄-카타르 경기는 한국을 골득실차에 따른 탈락 위기까지 몰아갔다(우즈베크가 5-1로 이겼는데, 7-1로 이겼다면 한국 탈락). 팬들은 분노했고, 최 감독은 이미지를 구겼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최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시절(2012년 12월~2013년 6월)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최 감독은 “대표팀 시절이 한 10년은 더 된 듯한 옛이야기 같다.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빨리 잊고 싶다는 뜻이다.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켰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반작용으로 클럽팀 선수들을 몰아쳤는지도 모른다. 최 감독은 “지난해 7월 전북팀에 복귀해 절치부심 정도는 아니지만 좀 마음이 다급했다. 원래 선수들에게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믿고 기다리는 게 특징인데 그때는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그 3위. 올해는 최강희 감독 특유의 차분하고 여유로운 팀 운영이 위력을 드러냈다.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는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최근 우승까지 7연승(12경기 연속 무패)에 7경기 무실점도 기록했다. 옛날 ‘닥치고 공격’ 시절과는 다르게 리그 최소 실점도 일궈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승 제조기’인 최 감독은 전형적인 클럽형 감독이다. 구단 관계자는 “필요하면 부품을 만들어서 자동차를 제작하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팀을 변화시켜 나간다. 선수들의 독기를 키우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완성형’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운영은 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한테 돌아온 대표팀 사령탑 기회를 “대표팀 감독은 1%도 맡을 생각이 없다”며 고사하다가 받은 축구인은 별로 없다.
전북의 우승에는 구단의 투자와 두 팀을 구성할 정도로 좋은 재원이 확보됐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온다. 인천의 스타인 한교원을 데려왔고, 지난해 광주의 신인왕 출신 이승기, 고려대 출신의 공격수 이재성을 영입했다. 측면 윙백인 이주용, 이재명도 청소년 시절부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폭풍영입’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지난해 K리그 연봉 공개 이후 예산이 전체적으로 축소됐다. 우리도 선수를 팔아서 얻은 수익이 선수를 영입하는 데 쓴 비용보다는 많다”고 했다. K리그에서 선수 연봉이 가장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우승하다 보면 연봉이 높아진다.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고 연봉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용병술은 이동국(35), 김남일(37) 등 노장 선수 활용에서 절정에 이른다. 주변에서는 “한물갔다”고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나이보다는 능력을 본다. 그리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본다. 그렇게 데려온 선수들한테는 전폭적인 신뢰를 한다. 이번 우승에도 이동국, 김남일 두 선수가 큰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젊은 선수가 실수했을 때 선배인 동국이나 남일이가 ‘괜찮다’며 다독이면 그 선수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했다.
2005년 전북 부임 이후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제패한 최 감독은 내년 챔피언스리그를 욕심낸다. 최 감독은 “일단 안방에서 남은 2경기에 집중할 것이다. 마무리를 잘해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겸손해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