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팀에 강한 ‘매’는 꿩을 잡을 수 있을까. 14일 밤 11시30분(한국시각·SBS 중계) 한국과 요르단의 평가전에 출전하는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박주영(29·알샤밥)의 발끝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요르단 킹압둘라 경기장에서 열리는 평가전은 10월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첫 해외 원정이다. 내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안컵에 대비한 실전 훈련이라서 긴장감은 높다.
대표팀 가운데 결정력 1위 박주영(66경기 24골·득점률 36%)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4개월 만에 합류했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특유의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한이 남았다. 하지만 재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데뷔 경기에서 첫골을 터뜨렸고, 세번째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몸 상태와 감각은 올라왔다. 무엇보다 시차가 없고, 중동팀에 강한 면모를 지녔기에 자신감이 넘친다.
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이적이 결정된 2011년 9월 초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6-0 승·고양)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이어 열린 쿠웨이트 원정(1-1 무)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 해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전(2-1 승·수원) 쐐기골, 11월 아랍에리미트연합 원정(2-0 승) 선제골 등 3차 예선 중동팀과의 경기에서 해결사 구실을 했다. 당시만 해도 AS모나코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철저한 외면으로 2년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그 후유증이 월드컵에서 터졌다.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첫선을 보이는 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기대치는 높다. 해외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한 박주영 또한 외국인 감독과의 소통이나 전술 이해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를 보고, 대하고,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국내 감독과 다를 수 있다. 부진하더라도 기다릴 줄 알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비를 마친 박주영으로서는 평소 하던 대로 스피드, 기동력, 결정타를 보여주면 된다. 챔피언스리그 멀티골로 급부상한 손흥민(레버쿠벤)과의 협력 플레이가 살아난다면 대표팀의 위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 남태희(레크위야) 등 미드필드진과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
요르단은 국제축구연맹(피파) 랭킹 74위로 한국(66위)보다 뒤진다. 역대 전적은 2승2무로 한국의 우세. 시련기를 겪은 박주영이 중동 킬러답게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가 요르단전의 관전 포인트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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