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가 앞서면, 곧바로 뒤쫓아 온다. 추월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추월당한다. 스페인 축구팬들의 관심인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의 경쟁 방식이다. 올 시즌 분위기가 호날두 쪽의 약간 우세로 흐르면서 메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시는 개인 능력도 출중하지만 성공의 상당 부분은 팀의 상승기와 맞물려왔다. 그런데 소속팀 바르셀로나가 예전 같지 않다. 노장이 된 사비는 경기에 잘 나오지 않는다. 부상에서 완쾌하지 못한 이니에스타도 없다. 수문장 빅토르 발데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갔다. 여기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전임 과르디올라 수준은 아니다.
선수 영입도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주역이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케는 바르셀로나의 러브콜을 저버렸다. 바르셀로나의 조직력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좋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선수 불법 영입에 대한 국제축구연맹의 징계로 국제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메시의 경쟁자인 호날두 위주의 플레이를 구성하고, 이를 위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최고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 등 메시를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고 있다.
12살 때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해 온 메시는 바르셀로나를 친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성장장애를 극복하도록 고가의 치료비를 댄 것도 구단이며 개인적 영광도 이곳에서 꽃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구단이 어마어마한 비용으로 네이마르를 영입할 때 자신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아버지와 측근의 자산관리 불투명으로 스페인 국세청으로부터 수백만유로를 징수당해 심기가 불편하다.
메시의 행보는 내년 1월의 발롱도르 상 발표와 바르셀로나의 시즌 성적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롱도르도 못 받고, 지난 시즌에 이어 바르셀로나가 타이틀 하나도 없이 시즌을 마친다면 결심이 굳어질 수 있다. 만 27살의 전성기에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메시는 돈보다는 명예, 명예보다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남는 것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20~30년 뒤 최고의 선수 리스트에 올라 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펠레, 디 스테파노, 크라위프, 마라도나, 플라티니, 지단, 호날두보다 우수했는지 여부는 여백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당분간은 호날두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스티브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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