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서명 등 모든 수단 강구”
“거대한 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벅차지만 팀의 해체를 막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다.” 해체 위기에 직면한 프로축구 경남FC의 도민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8일 “특별감사를 진행한 뒤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경남FC 지도부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지명하지 않는 등 감사 결과에 관계없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민주주들은 홍 지사가 경남FC 지분의 3분의 1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해체를 밀어붙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한다.
2005년 도민주 공모를 통해 주식회사 형태로 창단한 경남FC 지분의 41.08%는 3만9376명의 도민들이 갖고 있다. 도민주주들은 평균 10만원의 쌈짓돈을 냈다. 나머지 58.92%는 경남도청 산하 경남체육회가 보유하고 있다. 도민주주인 경남FC 서포터즈연합회 박성진(32)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남도청이 대주주라고는 하지만 지분의 상당 부분은 도민들 것이다. 경남FC는 홍 지사 개인의 결정으로 해체될 수 있는 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것도 참담한데 구단주의 후속 대책이 팀 해체라니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주식회사인 경남FC의 해체는 상법에 따라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이외에 주주총회의 해산 결의로 가능한데, 해산 결의는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경남도청이 60% 가까운 지분을 소유한 만큼 경남도청이 해산을 추진하면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박씨는 “주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지사가 독단적으로 팀 해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경남FC는 시·도민 구단의 성공적인 사례로 경남도민들의 자존심이었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던 구단이 2년 전 경남지사에 당선된 홍 지사의 인사 실패로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특별감사 지시는 환영한다. 경남은 홍 지사 취임 뒤 예산이 급격히 불어났지만 올해 공개된 연봉 현황을 보면 정작 선수단에 대한 투자는 가장 적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감사를 해서 철저히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홍준표 지사가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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