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축구 J리그 1부 방포레 고후 응원단이 2013년 야마나시현 고후 운동장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다. 골대 뒤 트랙에 후원사 에이(A)보드가 가득 차 있다. 방포레 고후 제공
J리그 ‘방포레 고후’ 우미노 회장
“후원사가 300개입니다. 일일이 쫓아가 챙겼습니다.” 16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우미노 가즈유키 일본 J리그 방포레 고후 회장은 취임 13년간 ‘순익 행진’을 이렇게 회고했다. 도쿄에서 버스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후지산 북쪽의 인구 19만 소도시 고후시의 클럽팀 방포레 고후. 1997년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개인모금 4억엔(약 40억원)을 바탕으로 시민구단으로 출범했다가 2000년 파산 직전에 몰렸다. 이때 소방수로 투입된 우미노 회장 아래서 줄곧 흑자를 꾸려왔다. 이날 ‘K리그 시이오 아카데미’에서 우미노 회장의 강연을 들은 신문선 성남 대표이사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매년 1월 시무식 때 직원들에게 “뒤축이 닳도록 뛰라”며 구두 두 켤레씩을 선물하는 고후 회장의 첫 작업은 재정 자립을 위한 스폰서 찾기. “지자체한테 돈을 받으면 정치적 간섭을 피할 수 없다”는 우미노 회장은 레스토랑부터 기계제작 중소기업까지 일일이 찾아다녔다. 경기력도 떨어지는데다 역대 J리그 최소관중(619명) 불명예 기록까지, 내세울 게 없지만 “티켓 몇장 주면서 ‘현장에서 한번 보시라’고 호소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꾸린 스폰서의 노출을 최대화하기 위해 홈구장은 온통 후원 기업 로고로 도배를 했다. 육상 트랙이 딸린 홈구장에는 수십개의 에이(A)보드가 숲을 이루는데 J리그팀 가운데 가장 많다. 감독석의 지붕, 부상선수 운반구 옆, 전동카트의 위, 심지어 선수 출입통로까지 후원사 이미지를 붙였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자체의 현금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는 한끼 식사를, 미용실에서는 이발 서비스를, 수산업체에서는 얼음을, 청과상한테서는 과일을 공급받았다. 고후시는 운동장 광고판 영업수익 일체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경기장 사용료도 아마추어용으로 낮춰 받았을 뿐이다.
19만 소도시 클럽팀의 ‘기적’
작은 음식점까지 스폰서 유치
홈구장엔 후원사 로고로 도배
고후시는 세금 감면 등 화답 “팬심을 사로잡아라”
축구교실·장애인단체 방문 등
연 600회 넘게 사회공헌활동
“구단선 지자체 의존도 줄이고
지자체도 지원 중단하면 안돼” “딱 1년만 더 운영해보자”며 부활을 시도한 방포레 고후는 2001년 500만엔의 순익을 시작으로 지난해 3700만엔까지 내리 흑자를 유지했다. 적자를 막기 위해 “수입은 최대로, 지출은 최소로”라는 보수적인 계획으로 허리띠를 졸라맸고, 외국인 선수 비용은 평균 2000만엔을 넘지 않도록 했다. 기업구단에서 벤치로 있기보다는 시민구단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싸게 데려왔다. 우미노 회장은 “‘에스키모한테도 얼음을 판다’는 외국 서적까지 참조하면서 마케팅에 나섰다”고 돌아봤다. 자원봉사 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홈경기 준비 때는 무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선수단 인건비를 지출의 48%로 묶으면서 체질을 개선했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선수들로 하여금 지역 이벤트 참가, 초등학교 순회 축구교실 코칭, 사인회, 장애인 단체나 병원 순방 등 지속적인 스킨십을 유지하도록 했다. 심지어 채소나 벼농사 수확에도 참가했다. 우미노 회장은 “2000년대 중반에는 연간 100회 정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했으나, 2012년에는 600회를 넘어섰다. 선수들을 소규모로 편성해 보내기 때문에 피로도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포레는 올 시즌 J리그 18개 팀 가운데 13위로 중위권인데, “아무래도 스타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세레소 오사카가 외국인 선수 디에고 포를란 한명에게 6억엔(60억원) 연봉을 주면서도 2부리그로 탈락한 것에 비해서는 실속이 꽉 찼다. 우미노 회장은 “하나의 큰 기둥에 천막을 얹힌 것이 아니라 수백개의 기둥 위에 텐트를 친 시민구단의 힘”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성남, 경남 등의 구단주가 2부로 떨어질 경우 팀 해체 등을 거론했다는 말을 듣자, “지자체의 지원이 끊겨서는 안 되지만, 구단도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K리그의 기업구단이나 시민구단에서는 대표의 임기가 2~3년 단기에 그쳐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표가 자주 바뀌면 일의 연속성이 불가능해진다. 시민구단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J리그 ‘방포레 고후’ 우미노 회장
작은 음식점까지 스폰서 유치
홈구장엔 후원사 로고로 도배
고후시는 세금 감면 등 화답 “팬심을 사로잡아라”
축구교실·장애인단체 방문 등
연 600회 넘게 사회공헌활동
“구단선 지자체 의존도 줄이고
지자체도 지원 중단하면 안돼” “딱 1년만 더 운영해보자”며 부활을 시도한 방포레 고후는 2001년 500만엔의 순익을 시작으로 지난해 3700만엔까지 내리 흑자를 유지했다. 적자를 막기 위해 “수입은 최대로, 지출은 최소로”라는 보수적인 계획으로 허리띠를 졸라맸고, 외국인 선수 비용은 평균 2000만엔을 넘지 않도록 했다. 기업구단에서 벤치로 있기보다는 시민구단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싸게 데려왔다. 우미노 회장은 “‘에스키모한테도 얼음을 판다’는 외국 서적까지 참조하면서 마케팅에 나섰다”고 돌아봤다. 자원봉사 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홈경기 준비 때는 무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선수단 인건비를 지출의 48%로 묶으면서 체질을 개선했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선수들로 하여금 지역 이벤트 참가, 초등학교 순회 축구교실 코칭, 사인회, 장애인 단체나 병원 순방 등 지속적인 스킨십을 유지하도록 했다. 심지어 채소나 벼농사 수확에도 참가했다. 우미노 회장은 “2000년대 중반에는 연간 100회 정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했으나, 2012년에는 600회를 넘어섰다. 선수들을 소규모로 편성해 보내기 때문에 피로도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포레는 올 시즌 J리그 18개 팀 가운데 13위로 중위권인데, “아무래도 스타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세레소 오사카가 외국인 선수 디에고 포를란 한명에게 6억엔(60억원) 연봉을 주면서도 2부리그로 탈락한 것에 비해서는 실속이 꽉 찼다. 우미노 회장은 “하나의 큰 기둥에 천막을 얹힌 것이 아니라 수백개의 기둥 위에 텐트를 친 시민구단의 힘”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성남, 경남 등의 구단주가 2부로 떨어질 경우 팀 해체 등을 거론했다는 말을 듣자, “지자체의 지원이 끊겨서는 안 되지만, 구단도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K리그의 기업구단이나 시민구단에서는 대표의 임기가 2~3년 단기에 그쳐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표가 자주 바뀌면 일의 연속성이 불가능해진다. 시민구단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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