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긴 했지만 90분 동안 굉장히 불안한 경기를 했다. 감기와 부상 등으로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못했지만 전술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공격 전개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노출됐다. 앵커 역할을 해주는 구자철이 빠진 데다가, 중앙수비에서 몇 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수비 안정감이 떨어지다보니 좌우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다.
공수전환 속도가 느려 상대 수비가 자리잡은 뒤에 공격을 하다보니 경기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았다. 이명주, 김민우, 이근호 등 1차전 오만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 출전하면서 이들의 발이 맞지 않아 상대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제로톱 전술을 썼는데 제로톱의 강점은 유기적인 자리 변화로 빈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제2, 제3의 선수가 들어가 득점하는 것이다. 그런 유기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수비 불안도 두드러졌다. 1차전(호주)을 져서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하는 쿠웨이트가 선택의 여지 없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 이미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차례 실점 위기를 내주고, 골대를 맞는 장면까지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공격 전개 속도가 늦다보니 볼을 자주 빼앗겼다. 문제는 볼을 빼앗긴 뒤의 움직임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공을 빼앗기는 순간 모든 선수들이 수비수가 돼서 공격권을 되찾거나 상대 공격 전개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대표팀은 수비수 4명과 기성용, 박주호에게만 수비 책임이 전가된 듯한 인상이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눈에 띄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나왔다.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엄청나게 많이 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술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다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더 커졌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