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수문장인 김진현(오른쪽)이 17일(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호주의 공격을 막아낸 뒤 수비수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브리즈번/연합뉴스
김진현 선방…호주전 1-0 승리
안정환 “새로운 스타 탄생한듯”
큰 키와 제공권·안정감이 장점
슈틸리케 감독 부임 뒤 존재감
김 “내가 할 일은 골 막는 것뿐”
안정환 “새로운 스타 탄생한듯”
큰 키와 제공권·안정감이 장점
슈틸리케 감독 부임 뒤 존재감
김 “내가 할 일은 골 막는 것뿐”
“한 골을 막은 정도가 아닙니다. 한 골을 넣은 것과 같습니다.”
17일 아시안컵 한국-호주전을 중계하던 안정환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은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슈퍼세이브’를 이렇게 표현했다. 후반 43분 상대 로비 크루스의 돌파로 일대일 상황을 허용한 순간 누구나 실점을 예상했지만 김진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각을 좁힌 채 어깨 옆으로 빠지는 슈팅을 오른손으로 쳐냈다. 예비 동작을 취했다면 몸이 굼떴을 것이고, 공이 튈 방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속수무책 당했을 것이다. 기존 대표팀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실점이 많았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1-0 승리를 지켜낸 김진현을 두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1m92의 장신 골키퍼 김진현은 팬들에게 낯설다. 2005년 18살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뽑혔다고 하지만 김승규나 정성룡 등에 가렸다.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이 2012년 스페인 평가전에 내보냈던 적이 있지만 세계 최강의 스페인에 대패(1-4패)의 멍에만 안았다. 누가 장갑을 끼더라도 토레스, 라모스, 마타, 네그레도 등 슈퍼스타들의 골을 막아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엔트리 3명의 골키퍼에도 들지 못했다. 당시 J리그 사간 도스 사령탑이던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은 “정말 재주가 좋은 친구다. 왜 발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준마를 알아본 것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9월 베네수엘라 친선전(3-1 승)에 이어 슈틸리케 감독 데뷔전인 파라과이 친선전(2-0 승)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김진현은 이란 친선전(0-1패)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성 헤딩에 실점했지만 거듭 안정감을 확인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골키퍼도 필드 플레이어”라는 생각으로 롱킥 못지않게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를 주문한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술적 요구를 충실하게 소화해내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장점은 침착성과 안정감, 제공권이다. 아시안컵 첫 경기 오만전(1-0승)에서는 막판 코너킥에 이은 상대 선수의 골문 앞 헤딩을 동물적 반사신경으로 쳐냈고, 호주전 후반 25분에는 역동작에 걸려도 상대 선수의 골문 앞 강슛을 손끝으로 밀어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메이저 대회 경험이 없어 걱정했지만 일본 J리그 경험을 최대한 살리고 있는 것 같다. 김승규, 정성룡 등도 잘하지만 김진현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실점하지 않으면서 팀을 지켜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진현은 호주전 뒤 인터뷰에서 “동료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골을 막는 것밖에 없다”며 결승골을 터뜨린 룸메이트이며 후배인 이정협을 칭찬했다.
한편 A조 1위(3승) 한국은 22일 B조 2위(2승1패)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벌인다. 한국은 호주전에서 팔꿈치 안쪽 인대 부상을 입은 미드필더 구자철이 이청용에 이어 경기를 마감하면서 전력의 공백이 생겼다. 이미 탈락한 북한은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에 1-2로 져 3패로 대회를 끝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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