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형, 나 쥐났어 손흥민이 22일 열린 2015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 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차두리가 축하해주고 있다. 멜버른/연합뉴스
아시안컵, 우즈베크 꺾고 4강행
104분의 안개는 한순간에 걷혔다. 그래서 더 극적이었다. 답답하고 조마조마했던 팬들의 가슴은 찰나에 뻥 뚫렸다. 아시안컵 4강행,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드라마를 원했던 것 같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두 골(연장 전반 14분·후반 14분)로 2-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6일 오후 6시 이란-이라크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A매치 10경기 무득점에 빠졌던 손흥민은 이날 머리와 발로 골을 넣어 침묵에서 깨어났다.
한국 축구의 양면이 드러난 한판이었다. 정교한 맛은 떨어지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끈끈하게 상대를 옥죄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뚝심.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한 “점유율과 투혼”의 축구다. 여기에 골키퍼 김진현의 거미손이 4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설욕을 별렀던 미르잘랄 카시모프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고개를 떨궜다. 맞전적은 한국의 9승2무1패.
손흥민 연장 전·후반에 1골씩
차두리 폭풍질주, 2번째골 도와
이란-이라크전 승자와 4강전
슈틸리케 “승리할 자격이 있다”
호주는 중국 꺾고 4강 진출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구자철 등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팀 정신으로 극복하길 바랐다. 4-2-3-1 전형의 최전방에 이정협을 배치하고, 그 아래 손흥민·남태희·이근호에게 공격 작업을 맡겼다. 중원에서는 기성용·박주호가 배의 닻처럼 중심을 잡았고, 김진수·김영권·곽태휘·김창수가 수비 방벽을 쳤다. 긴장한 듯한 두 팀은 전후반 90분 공방전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손흥민과 이근호는 상대로부터 얻은 반칙이나 돌파를 통한 공간 확보로 골을 노렸다. 그러나 골문 안을 향하는 공은 많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수비 뒤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지만 마무리가 안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돌파구를 열기 위해 후반 차두리를 투입했고, 기성용의 위치를 좀더 끌어올리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후반 막판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낮고 빠른 공을 골 지역 정면의 남태희가 헛발질로 놓친 것은 아까웠다. 한국의 집중력은 연장에 빛났다. 몸은 힘들지만 바짝 달라붙어 압박하며 공을 빼앗았고, 연장 전반 막판 꽉 닫혔던 상대의 골문을 열었다. 왼쪽 윙백 김진수가 깊숙이 파고들어 올린 공이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굴절돼 뜨자 골키퍼 앞에 있던 손흥민이 다이빙하듯 머리로 받았다. 공은 이그나티 네스테로프 골키퍼의 손에 맞았지만 골라인을 넘었고 우즈베키스탄은 이때 무너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연장 후반에도 수비적인 축구를 하기보다는 장현수나 기성용을 앞선에 배치하며 맞받아쳤다. 결국 후반 14분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따라 달리며 상대 선수 두명을 제친 뒤 올린 정확한 패스를 손흥민이 완벽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쐐기를 박았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힘으로 50m 이상을 폭풍 질주하며 맞춤한 패스를 해준 차두리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수문장 김진현은 경기 종료 휘슬 직전까지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지켰고 이근호와 기성용, 손흥민이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는 등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는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지만 후반에는 침착하게 경기를 해줬다. 연장에 들어가 정신력을 발휘한 선수들은 승자의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호주와 중국의 8강전에서는 팀 케이힐의 두 골을 앞세운 호주가 2-0으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차두리 폭풍질주, 2번째골 도와
이란-이라크전 승자와 4강전
슈틸리케 “승리할 자격이 있다”
호주는 중국 꺾고 4강 진출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구자철 등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팀 정신으로 극복하길 바랐다. 4-2-3-1 전형의 최전방에 이정협을 배치하고, 그 아래 손흥민·남태희·이근호에게 공격 작업을 맡겼다. 중원에서는 기성용·박주호가 배의 닻처럼 중심을 잡았고, 김진수·김영권·곽태휘·김창수가 수비 방벽을 쳤다. 긴장한 듯한 두 팀은 전후반 90분 공방전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손흥민과 이근호는 상대로부터 얻은 반칙이나 돌파를 통한 공간 확보로 골을 노렸다. 그러나 골문 안을 향하는 공은 많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수비 뒤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지만 마무리가 안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돌파구를 열기 위해 후반 차두리를 투입했고, 기성용의 위치를 좀더 끌어올리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후반 막판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낮고 빠른 공을 골 지역 정면의 남태희가 헛발질로 놓친 것은 아까웠다. 한국의 집중력은 연장에 빛났다. 몸은 힘들지만 바짝 달라붙어 압박하며 공을 빼앗았고, 연장 전반 막판 꽉 닫혔던 상대의 골문을 열었다. 왼쪽 윙백 김진수가 깊숙이 파고들어 올린 공이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굴절돼 뜨자 골키퍼 앞에 있던 손흥민이 다이빙하듯 머리로 받았다. 공은 이그나티 네스테로프 골키퍼의 손에 맞았지만 골라인을 넘었고 우즈베키스탄은 이때 무너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연장 후반에도 수비적인 축구를 하기보다는 장현수나 기성용을 앞선에 배치하며 맞받아쳤다. 결국 후반 14분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따라 달리며 상대 선수 두명을 제친 뒤 올린 정확한 패스를 손흥민이 완벽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쐐기를 박았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힘으로 50m 이상을 폭풍 질주하며 맞춤한 패스를 해준 차두리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수문장 김진현은 경기 종료 휘슬 직전까지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지켰고 이근호와 기성용, 손흥민이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는 등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는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지만 후반에는 침착하게 경기를 해줬다. 연장에 들어가 정신력을 발휘한 선수들은 승자의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호주와 중국의 8강전에서는 팀 케이힐의 두 골을 앞세운 호주가 2-0으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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