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왼쪽)과 유누스 마흐무드(오른쪽).
한국 대표팀, 26일 이라크와 아시안컵 4강전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지난 13일 쿠웨이트와의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 “오늘부로 더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 후 대표팀은 달라졌다. 그리고 이라크와의 4강을 하루 앞둔 25일(한국시각)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우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선언했다. 단 “우선 이라크를 이겨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 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4강전(MBC·KBS 2TV 중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8강에서 연장전까지 치러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했지만 모두 회복됐고 부상 선수도 없어 출격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대회를 치를수록 조직력과 경기력이 다듬어지고 있다. 약체로 꼽혔던 오만과 쿠웨이트에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승리하는 등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강한 질책 이후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한층 뛰어난 집중력과 조직력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서는 기술적, 전술적으로 부족했다. 호주전에서는 수비조직력이 좋았다. 그러나 모두 지난 경기일 뿐이다. 이번 경기는 또 다를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과거는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연장전 피로 회복 부상선수 없어
이변 많아 긴장하고 노력해야”
강하게 질책하던 태도에서 변화
한국은 이라크에 비해 체력, 수비조직, 중원 장악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심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는 이변이 있는 종목이다. 아시아 랭킹 4위 안에 든 팀 중 한국만 남았다. 호주오픈 테니스에서도 로저 페더러라는 강자도 탈락했다. 이변이 없도록 우리도 긴장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선수들의 방심을 경계했다.
이라크는 그동안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 주요 대회에서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한국 역시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라크한테 몇차례 뒤통수를 맞았다. 2007년 아시안컵 4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탈락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서 이라크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2013년 20살 이하 월드컵 8강에서도 이라크를 만나 방심하다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경계해야 할 선수는 이라크의 ‘축구영웅’ 유누스 마흐무드(32)다. A매치 135경기에 출전해 53골을 터뜨린 마흐무드는 이라크의 2004년 아테네올림픽 4강, 2006년 아시안게임 은메달, 2007년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과거에 비해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골을 뽑아내는 감각은 여전하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연장 전반 절묘한 헤딩골을 성공시켜 4강 진출의 디딤돌을 놨고, 승부차기에서도 상대 골키퍼를 속이는 대담한 파넨카킥으로 사기를 끌어올렸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종적인 움직임이 뛰어난 손흥민이 창이라면, 노련한 마흐무드는 횡적인 움직임과 위치 선정이 탁월해 그물처럼 위험지역 어디서든 득점을 할 수 있다”고 비교했다.
수비는 다소 허술하다. 이라크는 8강에서 10명이 뛴 이란에 3골이나 헌납했다. 특히 2골을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내줬다. 신문선 교수는 “중앙수비수들과 골키퍼가 위치 선정에서 약점을 보였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헤딩 능력이 좋은 곽태휘, 김영권 등 헤딩 능력이 좋은 수비수가 득점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이변 많아 긴장하고 노력해야”
강하게 질책하던 태도에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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