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고 있다. 2015.1.26 / 시드니=연합뉴스
이정협 1골·1도움주기 맹활약
A매치 6경기 동안 3골 ‘해결사’
‘수비수’ 김영권 후반 5분 쐐기골
31일 호주-UAE 승자와 결승전
A매치 6경기 동안 3골 ‘해결사’
‘수비수’ 김영권 후반 5분 쐐기골
31일 호주-UAE 승자와 결승전
해결사는 이정협이었다. 그 카드를 뽑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도전. 한국이 이정협의 1골, 1도움주기 활약으로 그 문턱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26일 호주 시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4강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20분 이정협의 헤딩 선제골과 후반 5분 김영권의 추가골로 2-0으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1988년 카타르 대회 결승 진출 이후 27년만에 결승에 올랐고, 31일 열리는 결승전에서는 55년만에 세번째 우승을 노린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에 이정협을 원톱으로 세우고, 그 아래 손흥민·남태희·한교원 3명을 배치한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중원의 고리는 기성용과 박주호가 맡았고, 포백에는 김진수·김영권·곽태휘·차두리를 선발로 배치했다. 골문은 역시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한 김진현이 맡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 팀은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각각 8강전에서 연장 혈투까지 벌이면서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잔디가 미끄럽고, 공은 빠르게 튕기기 때문에 트래핑이 쉽지가 않았다. 한국은 패스를 통한 특유의 점유율 축구로 나서며 기회를 엿봤고, 이라크는 웅크린 채 수비를 하면서 빠른 역습을 취하는 형식이었다. 공을 돌리던 한국한테 확실한 기회는 세트피스. 비가 왔기 때문에 공을 골문 안으로만 집어넣으면 득점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반 2분 기성용의 크로스나 18분 손흥민의 중거리 슈팅은 바로 이런 계산에서 나왔다.
그러나 골은 1m86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이정협의 머리에서 나왔다. 전반 20분 상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수비수 김진수가 먼쪽 골대를 보고 올린 공을 맞춤한 시점에 떠오른 이정협이 머리로 살짝 방향을 비틀어 골망을 흔들었다. 잘랄 하산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한번 튕겨서 들어가는 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정협은 A매치 6경기 만에 3골을 기록했다.
이정협의 영양가는 후반 쐐기골 도움에서도 드러났다. 후반 5분 아크 주변에서 어슬렁대던 이정협은 후방에서 올라온 공중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해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 앞에 떨궈줬고 김영권은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공은 상대 수비를 맞은 뒤 방향을 틀어 골대 안으로 향했다. 운이 따랐지만 김영권의 슈팅이 좋았고, 적절하게 넘겨준 이정협의 공이 컸다.
벼랑 끝에 몰린 이라크는 총공세로 나서며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최전방의 유누스 마흐무드 등 여러 선수들이 쉴새 없이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결정력이 떨어졌고, 굳히기에 나선 한국의 완강한 수비에 막혀 위력을 잃었다.
이정협은 지난해말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무명이었다. 이동국과 김신욱 등 장신의 주력 대표팀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팀에 합류할 수 없자 슈틸리케 감독이 전격 발탁했다. 큰 키에서 나오는 제공권뿐만 아니라 발재간도 있어 상대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 3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결승골로 팀을 조 1위로 올린 일등공신이 됐다. 이정협 본인의 노력이 있었지만, 숨은 능력을 간파한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31일 호주-아랍에미리트연합 승자와 우승컵을 다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이정협이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15.1.26(시드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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