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앞)가 26일 열린 이라크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볼을 다투다 심판이 이라크의 반칙을 선언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차두리(35)는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충전기다. 35살로 팀 내 최연장자이지만 운동장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4강전 후반 12분 이라크의 두르감 이스마일이 골지역 가까이 침투해 때린 슛을 몸으로 막아내는 등 위기 때마다 번쩍하며 나타났다. 덕분에 골키퍼 김진현은 고비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라크의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친 후반 34분에는 옆선을 따라 파고드는 특유의 질주로 이라크를 움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60m 폭풍질주 뒤 환상적인 도움주기를 했듯이 공격성을 뽐낸 것이다.
2001년 11월 세네갈전에서 데뷔한 차두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2002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진화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나갔다. 하지만 2011년 11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 이후에는 소집되지 않았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도 불발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9월5일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 때 출전하면서 991일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애초 공격수였으나 수비수로 바꾸면서 현재 FC서울의 오른쪽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최용수 서울 감독은 “더 뛰어도 된다”며 격려한 바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차두리는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다. 독일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잘 알고, 이를 선수들한테 전파할 수 있다.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 선수”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