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경기를 주도하면서 선전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전형으로 선수들을 배치해 호주의 의표를 찔렀다.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를 왼쪽 미드필더로 내세우면서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 등 공격적인 플레이로 호주를 당황케했다. 전체적인 흐름과 주도권, 내용 등 모든 면에서 호주를 압도했다. 선취골 전에 우리가 만들었던 결정적 기회에서 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손쉽게 끝날 수 있었다. 선취골을 내준 게 뼈아팠다.
패스를 통해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을 막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됐다. 하지만 내용에서 압도했기에 졌지만 이겼다고 칭찬하고 싶다. 아쉬운 것은 점은 연장 실점이다. 홈팀이 이기다가 동점골을 내주고 연장에 들어갔다가 승부차기까지 가면 부담이 많아 진다. 그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잘하고도 남는 옥의 티는 결승골을 내준 장면이다. 김진수가 상대 선수와 볼 경합에서 코너킥이나 터치아웃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왼쪽 윙백으로 철인의 힘을 발휘하며 뛴 김진수의 플레이는 시종일관 뛰어났다. 오늘 경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더 성장하면 좋겠다.
슈틸리케 감독은 준우승을 했지만 우승 못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첫째 외국인 감독으로서 예전의 조광래 감독처럼 축구팬들한테 재미와 신뢰를 주는 경기를 했다. 조별리그 오만과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는 여러번 위기를 맞는 등 신뢰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청용 구자철 등 핵심 선수들이 빠졌음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승까지 올라갔고, 결승전 내용에서도 호주를 압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먼 목표를 두고 감독을 영입한 만큼 이런 부분은 한국축구의 소득이다. 둘째 슈틸리케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해 월드컵 때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접는데 성공했다. 또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청신호를 켰다. 손흥민 김진수 김창수 김진현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취약 포지션이었던 좌우 풀백과 골결정력 문제, 골문 불안감 등은 이들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호주가 득점을 한 뒤 내용에서 열세임에도 정상적인 경기를 하면서 시간을 끈 것은 시사점이 있다. 호주가 마지막까지도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서 이날 경기는 아시안컵의 명승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