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과 손흥민이 프리킥 준비를 하고 있다. 2015.01.31.
동점골 넣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 세운 해결사 손흥민
수준 높은 기성용의 명품 패스, 공격·수비 균형추 역할
수준 높은 기성용의 명품 패스, 공격·수비 균형추 역할
90분 뜸들이다가 한번에 ‘뻥’하고 터뜨리는 골의 위력은 수백 문의 대포보다 크다. 31일 호주와의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레버쿠젠)의 결승골이 그랬다. 간절하게 기다리던 때 철렁하며 골망을 흔드는 그 모습에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은 만세를 불렀다. 축구의 힘은 활화산처럼 터지는 그 순간에 있다.
손흥민이 해결사로서 다시금 성가를 높였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손흥민의 1-1 동점골은 영패로 끝낼 수 없다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공간을 파고든 뒤 성급하지 않게 타이밍을 보면서 결정타를 날리는 모습은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수라는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 옆에는 듬직한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있었다. 아크 근처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한국영이 건네준 패스를 감각적으로 손흥민 앞으로 밀어준 것은 매우 수준이 높았다. 기성용은 17일 호주와의 A조 마지막 경기에서도 상대 수비수 2명 사이로 넣어주는 기막힌 패스로 이근호에게 맞춤한 공간을 열어주었고, 이근호의 강한 크로스를 이정협이 발끝으로 밀어넣어 호주전 1-0 승리를 일구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기성용과 손흥민의 가치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입증이 됐다. 기성용은 조별리그부터 8강, 4강,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하면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패스할 때 패스를 하고, 돌파할 때 돌파하고, 공을 간수하면서 지공을 할 때 지공을 하는 등 경기의 흐름과 리듬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플레이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 공격수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기성용에게 맡기면서 다양하게 그를 활용했다. 손흥민 역시 8강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연장 전후반 두골로 해결을 하는 등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임을 과시했다.
축구는 1~2명이 하는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성용이 필드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표팀 축구의 경기의 질이 달라진다. 손흥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뛰고, 울기도 잘하는 두 선수는 아마도 축구팬들이 주는 최우수선수상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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