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수들한테 물으면 쭈뼛쭈뼛 눈치만
선수 기용 빼곤 뭐든 말할 수 있어야”
선수 기용 빼곤 뭐든 말할 수 있어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선수들한테 느끼는 답답함은 소통의 벽이다. “선수들한테 물어보면 쭈뼛쭈뼛하며 옆사람 눈치만 본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선수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결정한 것을 운동장에서 실현시키려면 선수들이 먼저 이해를 해야 한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 생각한 점이 있으면 선수들이 지적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소통을 중시하는 것은 필드에서 팀이 준비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직전 팀 주장을 뽑을 때도 선수들이 눈치만 보자, “그럼 기성용이 하라”고 직접 결정했다. 선수들이 규율이 있고 겸손하고 예의바른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를 선수로 기용해야 한다는 말만 빼놓고는 뭐든지 감독한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자기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은 자라온 환경 때문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자상한 지도자를 만난 선수도 있지만, 대개의 선수들은 왕처럼 군림하는 지도자 밑에서 생활한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는 지시를 따르는 데 익숙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때부터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를 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해외로 나가 많이 보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도 한국 선수들을 처음 지도할 때 경기장에서의 위계 질서에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선후배와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도록 했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이천수가 최고참인 황선홍과 홍명보의 이름을 부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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