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울산 감독
헌신하고 한발 더 뛰는 축구 강조
“선수들 기량 좋아졌지만 개성 없어
캐릭터 살리면서 팀 조화 이룰 것”
“선수들 기량 좋아졌지만 개성 없어
캐릭터 살리면서 팀 조화 이룰 것”
3월7일 개막하는 K리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윤정환표 울산 축구’다. 일본 J리그 사간 도스 감독 시절 2부 리그팀을 1부 리그 선두까지 끌어올린 전설 같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K리그 데뷔 첫해 울산이 어떤 축구를 할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에서 그 밑그림이 드러났다. 결론은 ‘개성과 조화’다.
윤정환(사진) 울산 감독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2002년 월드컵 세대와 비교하면 요즘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향상됐지만 자신만의 개성은 없다. 선수들의 캐릭터가 분명한 팀으로 울산팀을 조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잡초가 독성에 강하듯이 다양한 선수들의 디엔에이로 야생성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각기 다른 퍼즐로 완성작을 만들고 싶어하는 윤 감독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장신형 공격수인 김신욱과 양동현은 대표급 실력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성남에서 영입한 오른쪽 공격수 김태환은 스피드가 발군이어서 ‘치타’라 불리고, 재계약한 왼쪽 공격수 따르따는 화려한 드리블이 장기다. 새로 영입한 우즈베키스탄의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구본상은 색깔이 다른 중앙 미드필더다. 누가 딱 주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팀내 경쟁이 치열한데, 팀워크 여부에 따라서는 강력한 파괴력을 갖출 수 있다.
윤 감독의 개성 축구는 외국인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감독은 “유공 시절 은사인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 개성을 살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팀을 구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영감을 주었다. 윤 감독은 “황선홍, 안정환은 확실하게 골을 넣었고 김남일은 압박에 강점이 있었다. 송종국과 이영표 등 사이드 백은 활동량이 상당했다. 이런 개개인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며 2002 월드컵 대표팀의 역동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개성의 조화를 위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나선 윤정환 감독은 “희생 정신”을 가장 앞세운다. 그는 “개인 성향만 두드러지는 팀은 강할 수가 없다. 사소하게는 훈련을 마친 뒤 공을 챙기는 것부터 동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한발짝 더 뛰는 축구”를 주문하고 있다. 윤 감독은 “골을 넣으려면 공격을 해야 하고, 공격을 하려면 상대의 공을 뺏어야 한다. 선수가 어디에 있든 모두 자기 자리에서부터 수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뛰면 “팬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윤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 때 대표팀처럼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3월8일 안방 개막전 상대는 강호 FC서울이다. 윤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세대인 최용수 감독과의 대결이라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승리하고픈 감독의 마음은 똑같다”며 녹록지 않은 의욕을 드러냈다. 또 “사령탑이 팬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희망을 안기는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프로의 서비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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