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30분 동점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완지시티, 맨유에 승리 ‘더블’ 기록
기성용, 시즌 5호골 팀내 득점 1위
기성용, 시즌 5호골 팀내 득점 1위
“팀도 살아났고, 아이도 생겨서 좋다.”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은 22일(한국시각) 아들의 동점골 뒤 스완지시티가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1로 꺾은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기성용은 이날 4-2-3-1 전형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전반에 오른쪽 날개로 적극 공격에 가담하면서 동점골을 뽑아내 승리의 밑돌을 놨다. 팀은 사상 처음으로 맨유를 프리미어리그 2차례 경기에서 모두 2-1 승리를 거두는 ‘더블’을 기록했다. 더블은 한 시즌 홈앤어웨이 두 경기를 모두 이기는 것을 뜻한다. 기성용은 지난해 8월 열린 리그 개막전 맨유와의 경기에서도 골을 넣어 더블의 주역이 됐다. 개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은 “선수들의 단합과 열정이 귀한 승리를 불렀다”고 칭찬했다.
기영옥 회장은 “성용이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공격적으로 나갔다. 팀 사정이 어려운 만큼 성용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개리 몽크 감독의 스완지시티는 올들어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1월 이적 시장에서 팀의 주포로 20경기 9골을 터뜨린 윌프레드 보니를 맨체스터 시티로 보냈다. 이 때 챙긴 이적료가 2500만파운드다. 대신 영입한 선수들은 중앙 미드필더 잭 코크(300만파운드) 등으로 비중이 떨어진다. 경제적으로는 남는 장사였지만 공격력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온 바페팀비 고미스는 아직 미완의 대기다. 이날 정규 시즌 두번째 골로 승리를 불러왔으나, 주포 존조 셸비의 중거리슛을 피하려다 머리에 맞은게 골망을 흔들면서 득점자로 기록됐다.
이런 상황에서 몽크 감독은 멀티 능력과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기성용을 공격 옵션에 추가했다. 기성용은 이날 전반 28분 상대의 에레라에게 첫골을 허용한 지 2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려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왼쪽 측면에서 셸비가 올려준 공을 골지역 정면으로 뛰어들면서 왼발로 방향만 바꿔 놓았다. 천하의 데헤아 맨유 골키퍼도 손써볼 도리가 없었다. 기성용은 이날 골로 팀내 득점 1위(5골)가 됐다. “올 시즌 5골 정도 넣는게 목표”라고 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성용에 앞서 박지성이 2006~2007시즌과 2010-2011시즌 두 차례 정규리그 5골을 기록한 바 있다.
2만 안방 관중 앞에서 기성용의 스타성도 빛났다. 기성용은 7일 선덜랜드와의 안방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넣어 1-1 무승부를 이끄는 등 안방 경기에서 2차례 연속 골을 기록했다.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후스코어드닷콤에서는 기성용의 이번 시즌 팀 기여도를 3위로 평가하고 있다. 기성용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지난주 웨브트브로미치 원정 패배로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 감독이 스완지시티의 역사를 만들자고 주문했고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또 “맨유를 상대로 올 시즌 두 골을 기록했다. 내 인생에서 위대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맨유가 6대4정도로 공 점유율에서 우세했다. 후반에는 맨유의 공세가 압도적이었다. 루이스 판 할 맨유 감독은 “후반 초반을 빼고는 우리가 2분마다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골넣는 법을 잊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판 할 감독은 후반들어 좌우 풀백 자리에 공격 재능이 뛰어난 애슐리 영과 발렌시아를 배치하면서 공격력을 끌어 올렸다. 크로스가 많이 올라오면서 득점 기회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로빈 판 페르시와 펠라이니 등 공격진의 결정력이 떨어졌다. 최전방 요원인 라다멜 팔카오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기영옥 회장은 “프리미어리그 간판인 맨유를 꺾으면서 팀의 활력을 찾게 됐다. 상대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몽크 감독이 성용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기성용이 엄지를 빠는 젖병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서는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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