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한겨레 자료 사진
74분과 46분. ‘28분의 차이’는 존재했다.
22일(한국 시각) 열린 2014~2015 분데스리가 레버쿠젠과 아우크스부르크의 22 라운드 경기(2-2 무승부). 한국 대표팀의 두 선수인 손흥민(레버쿠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나란히 선발로 출전했다가 후반 교체됐다. 그러나 둘의 퇴장에는 차이가 있었다. 손흥민은 팀의 선제골로 연결된 날카로운 패스를 만들었고, 언제든 득점포를 터뜨릴 잠재력을 여러 번 과시했다.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은 74분께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는데, 못해서가 아니라 26일 새벽 열릴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호주 아시안컵 이후 체력적으로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않았다.
감독은 손흥민을 배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부 경쟁은 치열하다. 레버쿠젠의 주력군은 팀내 정규리그 득점 1위(9골)인 카림 벨라라비와 손흥민(2위·8골)이다. 2020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벨라라비는 주로 오른쪽 날개로 출전했는데 뛰어난 발재간 만큼이나 이기주의적인 모습이 탈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벨라라비는 스피드와 개인기를 자랑했지만 동료들과의 협력 플레이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혼자 파고들어 돌파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주변의 동료를 활용하지 못했다. 팀 승리로 갈 수 있는 확률은 떨어졌다. 물론 슈미트 감독은 아버지가 모로코계인 독일 출신 벨라라비를 팀의 첫번째 핵심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 손흥민으로서는 독일 국가대표인 벨라라비와의 경쟁이 득점포를 더 자극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팀으로 나선 지동원의 경우는 달랐다. 분데스리가 5위의 강호로 부상한 아우크스부르크의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지동원은 45분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데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은 맞지 않았고, 골잡이라면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위치에서는 늘 조금씩 벗어나 있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지동원을 빼고 브라질 출진 카이우비를 투입했다. 날카로운 몸동작을 보인 카이우비는 후반 14분 문전에서 한번의 터치로 공을 돌려놓은 뒤 번개 같은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카이우비는 이후에도 공격수로서의 파괴력을 뽐내며 레버쿠젠의 후방을 흔들었다. 지동원으로서는 자신의 포지션에 강력한 경쟁자를 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기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이 이미 다져놓은 바탕 위에서 한발짝 더 큰 도약을 노리는 입장이라면 지동원은 그야말로 맨땅에서 출발해야 하는 처지다.
이날 경기로 레버쿠젠은 6위(승점 33), 아우크스부르크는 5위(승점 35)를 유지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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