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 전반 30분, 33분, 43분 그리고 후반 24분. 그런데 더이상 내게 물어보지 말라. 이 상황을 언급하면 난 징계를 받게 된다.”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이 다시 한번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22일(한국시각) 열린 번리와의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교묘하게 토로했다.
전반 30분과 33분, 43분에 번리 수비수들은 거친 태클과 반칙성 플레이를 범했지만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 24분에도 첼시의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는 번리의 애슐리 반스에게 거친 태클을 당했지만 심판은 이를 또 모른 척했고 흥분한 마티치가 반스를 밀치면서 오히려 레드카드를 받게 됐다.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뒤 이어지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비판을 금하고 있다. 그렇다고 천하의 모리뉴 감독이 모른 척 넘어갈 리 없다. 모리뉴 감독은 “경기 내용을 설명하려면 내가 말해선 안 되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심판 판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모리뉴 감독은 23일 <스카이스포츠>의 ‘골스 온 선데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물 만난 고기마냥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모리뉴 감독은 “첼시는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5)보다 승점 5점 앞선 선두다. 만약 주심들의 판정이 정확했다면 승점 차는 12점이 되었을 것”이라며 심판들을 향해 우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심판이 3m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지 못했다”며 “심판들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보호하고 싶다면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리뉴의 독설은 이번에는 앙숙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을 향했다. 모리뉴는 “벵거 감독은 안정적으로 성공할 기반을 만들어놨다”며 칭찬을 하는 듯 싶다가 “그러고는 성공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한다. 벵거는 우리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을 가진 것 같다”고 비꼬았다. 좋은 전력을 만들어놓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다.
모리뉴 감독의 거침없는 독설도 유독 옛 스승 루이스 판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만은 피해갔다. 올 시즌 맨유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아직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맨유는 첼시에 승점 13점 뒤진 4위에 올라 있다. 모리뉴는 “선수들이 새로운 무대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이 감독들도 마찬가지”라며 “판할 감독은 맨유에 우승컵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호평과 비판을 모두 받고 있는 판할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모리뉴는 또 “판할은 코치로서나 인간적으로나 환상적인 사람”이라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판할과 모리뉴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간 FC바르셀로나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한 바 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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