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축구 대표팀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새로운 소속팀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 출전했다.(AP=연합뉴스)
수아레스가 스페인에서 잊었던 득점 본능을 잉글랜드에 와서 되찾았다.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25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홀로 2골을 몰아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득점력이 저조해 비판을 받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골문을 수차례 위협하던 수아레스는 전반 15분과 전반 30분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두 골을 뽑아냈다. 이 두골 외에도 수아레스는 상대 수비진을 경기 내내 괴롭혔다.
지난 시즌까지 수아레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골잡이였다. 리버풀에서 33경기에 출전해 31골을 뽑아냈다. 득점왕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 선수협회 선정 올해의 선수상, 영국 기자협회 올해의 선수상 등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수아레스는 9400만유로(약 1174억원)라는 막대한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잉글랜드 시절 같은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리버풀에서는 수아레스가 제1의 공격 옵션이었던 것과 달리 바르셀로나에는 메시와 네이마르라는 에이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득점 기록에서도 메시가 정규리그에서 26골, 네이마르가 17골을 넣는 동안 수아레스는 4골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도움을 8개 기록하는 등 조연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지만 잉글랜드를 지배했던 스트라이커로서 성에 찰리 없다. 수아레스는 지난 12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서 혼자 울분을 삭인다. 나는 항상 간판 골잡이였고 매번 득점에 관여하는 선수였다. 바르셀로나에도 골을 넣으러 왔지 도움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며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아레스는 반년 만에 다시 밟은 잉글랜드 땅에서 설움과 울분을 날릴 수 있었다. 그가 유독 강했던 잉글랜드 클럽을 상대로 수아레스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첫 멀티골이자,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8개월 만에 터뜨린 멀티골이었다. 공교롭게도 수아레스가 마지막으로 멀티골을 기록한 상대는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상대했던 잉글랜드다.
경기 뒤 수아레스는 “(득점보다) 중요한 것은 팀이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지닌 능력을 고려하면 2차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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