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모리뉴 첼시 감독.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이 그라운드 시상대 아래로 미끌어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비가 와 젖은 잔디에 수제 고급 양복이 망가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세탁비로 얼마가 들든 상관이 없다. 2년여 만에 처음 받아든 우승컵. 모리뉴 감독은 우승컵을 받기 직전에는 손으로 눈두덩을 누르며 눈물을 참는 듯했다. 914일만에 받아든 우승컵은 철의 승부사의 감정마저 복받치게 만들었다.
모리뉴 감독이 2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14~2015 캐피털원컵 결승전 승리(2-0)로 우승 제조기의 명성을 확인했다. 2004~2007년 첼시 사령탑으로 재임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2004~2005, 2005~2006), 축구협회컵(2007)과 캐피털원컵(2005, 2007), 커뮤니티실드(2005) 컵을 안긴데 이어 하나를 추가했다. 이후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거친 뒤 2012년 8월 첼시로 복귀한 모리뉴 감독은 2013~2014 시즌 무관에 그쳤지만 이날 우승컵으로 물꼬를 텄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 수비수 5명을 배치하는 극단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수인 커트 조우마를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 네마냐 마티치 대신 기용했는데, 미드필더보다는 수비 가담과 상대 공격수 견제에 더 큰 임무를 부여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모리뉴 감독의 ‘실용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결국 전반 존 테리, 후반 상대 자책골로 깔끔한 승리를 챙겼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 승리의 원동력을 결승에 오르기까지 헌신했지만 막상 결승전에 뛰지 못한 선수들한테 돌렸다. 그는 “ ‘오늘 경기의 선수’로 뽑힌 존 테리보다 그들이 진짜 오늘의 선수다. 우리는 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은 올 시즌 2개의 우승컵을 추가로 노리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로 정상에 근접해 있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경기 뒤 인터뷰에서 “20분만 우승의 기쁨을 즐기라”며 선수들의 과도한 풀어짐을 경계했다. 첼시(승점 60)는 5일 웨스트햄과 프리미어리그 주중 경기를 치른다. 2위 맨체스터 시티(56)가 2일 리버풀에 지면서 승점 차이가 5점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웨스트햄전에서 이기면 8점으로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리그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회 때 바짝 고삐를 당겨야 한다. 모리뉴 감독은 “52살이나 먹었으나 여전히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 우승을 경험했을 때와 같은 행복함을 아직도 느낀다”며 추가 우승컵 사냥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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