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리그가 7일 개막한다. 12개 구단(1부 리그)은 올 한해 농사를 위해 겨우내 준비해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미있는 경기를 통한 팬과 방송 중계의 확대, 스폰서 유치 등이 프로축구연맹과 구단의 사활적 이슈로 부상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의 눈으로 기로에 선 K리그의 활로를 모색해 본다.
프로는 우승이 중요하지만
팬들 가슴에 무엇을 남겼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이다
막판까지 골·골…유럽축구를 보라
팬들은 ‘10백 축구’ 원하지 않아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건
부부싸움 동네방네 떠드는 꼴
감동·투혼의 축구를 보여줘야
32살 프로축구 희망이 있다
프로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경영이다. 경영수지가 망가져서는 존립할 수 없다. 기업형이든 시민형 구단이든 마찬가지다. 팬과의 영속적 관계도 경영 속에서 나온다. 우승이 절대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이 2일(한국시각) 토트넘을 꺾고 캐피털원컵에서 우승한 뒤 “20분만 즐기라”고 한 것처럼 우승의 기쁨은 짧게는 20분, 길어야 며칠이다. 그러나 그다음에 무엇이 남는가? 그것은 “어제 온 눈 쓸어버리니 아무것도 없다”는 허탈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팬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겼는가’이다. 그래야 관중이 늘고, 경기의 가치가 올라가고, 방송 중계가 되고, 시청률이 올라가고, 스폰서가 따라붙는다.
손흥민이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을 보자. 지난 주말 프라이부르크와의 경기 전반부터 1-0으로 앞서 갔지만 수비축구를 하지 않았다. 카림 벨라라비와 하칸 찰하노을루 등 주전들이 막판에 빠졌지만 선수들은 더 공격적으로 뛰면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왜 그런가? 지키는 축구를 하면 한 경기를 이길 수 있지만 팬들의 마음을 잃으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구 상품의 생산자인 코칭스태프한테 당부하고 싶다. “이기고 지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그것은 90분 뒤면 늘 결정나게 돼 있다. 그것보다는 실제 상품의 질, 충성고객들을 묶어두고 그들이 재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축구를 하라.” 잠가서 이기면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이것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다. 수요자인 팬들은 ‘10백’(10명의 수비수) 축구를 원하지 않는다. 종료 휘슬까지 죽어라 뛰어다니는 축구를 원한다. 유럽의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에서 왜 후반 막판에 골이 많이 터지는가. 그것이 팬 서비스이고, 팬들의 엔돌핀은 막판 골에 더 솟구친다.
선수들한테도 부탁하고 싶다. 선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그때부터 “경기에만 몰입”해야 한다. “난 왜 이 정도밖에 대우를 받지 못하나?” “야구 선수들은 연봉이 높은데 축구는 왜?” 등의 불만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구단이 돈을 많이 벌면 임금 상승은 당연하다. 연간 50억~200억원 만성적자인 구단한테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 연봉계약에 도장을 찍으면 절대로 불만을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 구단이고, 지도자이고, 선수들이라는 생각으로 더 분발해야 한다.
구단도 결과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팬들은 구단마다 투자의 규모가 다른 것을 잘 안다. 그런 상황에서 관중도 없는데 성적을 냈다고 평가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보였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경질한다면 합리적이지 않다. 감독을 평가하는 기준점을 성적 50%, 관중 증감 30%, 사회공헌 20%로 항목별로 세분해 평가하기를 권한다. 성적 평점에서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감동의 축구, 투혼의 축구를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둬야 한다.
프로축구는 기로에 섰다. 더 이상 과거의 틀로서는 자생성을 회복할 수가 없다. 3년 전부터 실관중을 집계하면서 관중 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당장은 아프지만 장기적으로 K리그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공짜표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찬사를 보낸다. 이런 것이 비즈니스 마인드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유독 팬들의 눈을 거스르는 것이 심판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다. 항의가 많다 보니 플레잉타임이 떨어지고 경기가 재미없어진다. 구단주나 감독들이 판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부싸움을 동네방네 떠들면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 상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면 누가 그 상품을 사겠는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판정에 불만을 삼는 것을 보았는가. 전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것을 축구 관계자 모두는 알아야 한다.
프로축구는 더 후퇴할 곳도 없다. 이제는 모든 관계자가 “나의 일터라는 사명감”으로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뭉쳐야 한다. 승패의 결과에만 얽매인 32년 동안 K리그가 다다른 곳은 벼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