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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축구장 관중을 춤추게 하라

등록 2015-03-04 19:36수정 2015-03-06 01:24

[신문선의 눈] K리그 개막 D-2
2015 K리그는 관중이 모든 생각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구단도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관중을 염두에 둘 때 프로축구가 살아날 수 있다. 관중은 축구단에서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단어다. 관중이 늘어나면 성적은 자연히 올라간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이 몰리면 미디어가 관심을 갖게 되고, 미디어가 관심을 보이면 방송사에도 구단에도 스폰서가 늘어난다. 그러면 선수를 충원할 재원도 생기고 팬 서비스를 위해 고급좌석을 놓을 여유가 생긴다.

일본 J1의 시민구단 방포레 고후는 2000년 이후 회장이 바뀌지 않았다. 재정적으로 시에서 완전히 독립돼 있어 시장이 바뀌어도 외풍에 휩싸일 이유가 없다. 인구 19만명의 소도시 고후에서 우미노 가즈유키 회장은 관중 유치를 위해 어떻게 할까. 얼마 전 한국에 와서 강연을 했을 때다. 그는 “선수단에 운동하고 난 뒤에 사회공헌 할 생각은 하지 말라. 사회봉사를 한 뒤 남는 시간에 운동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감독이나 코치를 뽑을 때 묻는 질문도 “방포레 고후 구단의 이념이나 철학을 따르겠는가”를 우선적으로 체크한다. 싫다고 하면 뽑지 않는다. 선수들은 동네 장터나 학교, 장애인 단체나 병원 등 곳곳을 방문해 축구 교실을 열거나 사인회를 하며 친밀도를 높인다.

가게 문을 열었다고 손님이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모셔야 한다. 그러나 그냥 모시는 게 아니다. 학생이나 군인들을 유치하면 쉽게 관중석을 채울 수 있지만 그건 구단에 독이다. 유료화로 500~1000명 모으기는 정말 어렵다. 방포레 고후가 연 600회 이상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이유다. 당연히 선수들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프로선수들은 미디어와의 만남을 회피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연봉이 팬들한테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만나야 한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도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관중 늘면 팀 성적 오르고
미디어 관심·스폰서도 늘어
K리그 도약 출발점은 ‘관중’

가게 열었다고 손님 저절로 안와
J리그 방포레 고후, 사회공헌 활발
연 600회 사인회·축구교실 열어
선수들도 서비스 마인드 갖춰야

구단의 건강성은 평균 관중과 객단가를 바탕으로 중계권과 광고 스폰서를 확대할 때 커진다. 잉글랜드의 아스널은 전체 수입의 40% 안팎이 티켓이나 물품 판매 등 그라운드 마케팅에서 나온다. 우리 구단들도 티켓 등 그라운드 매출이 30%는 돼야 한다. 하지만 2014년 K리그의 관중 1인당 실제 티켓 수입은 3500원에 불과했다. 지상파의 방송 중계 횟수도 적고, 지역 민방에서는 카메라를 한대만 쓰면서 그림의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점도 관중에 모아져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이 올해부터 스포티브이를 통해 K리그 전 경기를 제작해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등에 중계권 계약에 따라 공급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데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구단의 운영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프로구단 사장을 하면서 프로축구가 맞닥뜨린 여러 가지 구태를 볼 수 있었다. 예산을 얻기 위해서는 시의회의 지원이 절실한데, 도와주는 것은 좋은데 선수 인사 청탁을 받았을 때는 황당했다. 심지어 지역 축구를 대표하는 이들이 대회를 유치한다며 손을 벌리거나, 어떤 이는 학부모의 청탁을 받았는지 구단의 연계 중·고 축구단에 선수가 입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청탁을 하기도 했다. 모두 김영란법에 걸릴 사안이다.

한국 프로축구는 근본부터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출발은 관중에 모아져야 한다. 정치 외풍에 시달리는 시민구단은 최소 5000명의 관중만 확보해도 살길이 열릴 수 있다. 당장 해법을 찾기 어렵다면 방포레 고후의 사례를 연구해볼 것을 권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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