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스완지시티의 기성용(왼쪽)이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14-2015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 전반 19분에 동점골을 뽑은 뒤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기성용은 정규리그만 시즌 6득점을 기록,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은퇴)이 2006-2007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넣은 5골. (AP=연합뉴스)
6호골…한국인 EPL 한 시즌 최다골
“결혼 뒤 안정감, 큰 힘 되는 것 같아”
“결혼 뒤 안정감, 큰 힘 되는 것 같아”
“워낙 준비된 선수이지만 결혼 뒤의 안정감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김대길 축구 해설위원은 5일(한국시각) 2014~2015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전에서 정규 6호골을 기록한 스완지시티 기성용의 골 결정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기성용의 전반 동점골에도 스완지시티는 2-3으로 졌다. 하지만 이날 양팀 선수 가운데 최고 평점을 받은 기성용은 연고지 팬뿐만 아니라 영국 축구팬들한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가, 그것도 공격형 미드필더나 측면 윙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가 일군 골이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인 2007년, 2011년 기록한 정규리그 5골 기록도 넘어섰다. 역대 코리안 프미리어리거 최다골 기록인 셈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기량이나 나이가 축구 선수로 최절정기이다. 여기에 결혼을 통해 더 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통 선수가 결혼하면 두 가지 경향이 나타난다. 하나는 슬럼프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화”라고 했다. 기성용은 2013년 한혜진과의 결혼 뒤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더 차분해졌다. 올해 9~10월에는 첫 아이도 얻는다.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면 된다. 종교적인 분위기도 기성용의 심리를 더 편하게 하고 있다. 크리스찬인 기성용은 토트넘전 골 뒤 예전에 박주영의 전매특허인 기도 세리머니를 했다. 드러내놓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날은 그런 식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성용의 6골은 의미가 크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라도 워낙 완강한 수비벽에 부닥쳐 골을 넣기가 힘들다. 기성용은 수비도 하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도 팀내 정규리그 최다골을 쏘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프리미어리그는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든 무대다. 이제 완전히 적응을 한 것 같다.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기성용은 지난해 이미 팀과 4년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빅클럽이 요구하고, 스완지시티도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면 옮길 수도 있다. 연고지인 영국 웨일스의 ‘사우스웨일스 이브닝 포스트’는 이날 “기성용이 최근 5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면서 탁월한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빅클럽의 관심을 끌 다음 차례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썼다. 스완지시티는 1월 팀의 해결사인 윌프레드 보니를 3000만파운드로 추정되는 몸값을 챙긴 뒤 맨체스티시티로 이적시켰다.
스완지시티는 보니의 이적 뒤 기성용을 전방 쪽으로 내보내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스완지시티가 전술적으로 내려앉아서 하는 팀이 아니다. 전력도 어느 정도 갖췄고 공격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기성용이 골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축구를 신봉하는 아버지 기영옥씨의 영향도 기성용이 세계 최고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만개하는 배경이다.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 회장은 “성용이가 경기에서 힘을 배분하는 조절 능력이 좋아졌다. 힘으로 차기보다는 기술로 하는 감각을 갖추면서 골도 곧잘 넣는 것 같다”고 했다. 기성용은 이날 토트넘전 전반 1-1 동점골을 각이 없은 상황에서 상대 문지기 가랑이 사이로 차 넣어 얻어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성용이가 한 때 욱하는 성격으로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었지만 극복했다. 지금은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완전히 완숙 단계다. 앞으로 몸값 높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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