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월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동국 탈락 이유 묻자 “이번 시즌 몇분 출전했나”
내부의 단결, 외부의 치열한 경쟁 문화 조성 노려
내부의 단결, 외부의 치열한 경쟁 문화 조성 노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의 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종의 ‘가치 높이기’이고 차별화 전략이다. “대표팀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장벽은 양면의 효과를 불러온다. 내부에서는 단결을, 외부에서는 치열한 경쟁 문화가 만들어진다.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우즈베키스탄(27일) 및 뉴질랜드(31일) 평가전에 나설 23명과 대기 선수 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대표팀 출전 경험이 없는 이재성(전북)과 김은선(수원)을 비롯해 김기희(전북),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 김보경(위건) 등 6명이 1월 아시안컵 때와 달리 슈틸리케호에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발표 뒤 취재진에서 전북의 이동국을 뽑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히려 내가 거꾸로 묻고 싶다. 이동국이 이번 시즌에 몇 분 출전했나”라며 몰아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은 선택을 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 대표팀의 문턱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탁 시점의 실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표팀 차별화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준이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실용적인 접근법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출전 시간”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15일 포항-울산전을 지켜본 뒤 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울산의 왼쪽 윙백 정동호를 대기 선수에 포함시킨 것은 누구한테나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타르 엘자이시에서 뛰는 이근호가 탈락한 것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나무랄데가 없지만 소속팀에서 교체 출전으로 나오는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것을 양으로만 측정하지 않는다. 울산의 김신욱을 대기 명단에 넣은 슈틸리케 감독은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것 같다. 지속적으로 몸을 끌어올리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격진에 부상자가 생겨서 대체 자원이 필요하다면 김신욱보다는 조영철(카타르SC)을 뽑겠다”며 진솔하게 말했다. 31일 뉴질랜드전에서 이뤄질 FC서울 차두리의 은퇴식에도 기획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하프타임 때 나와 관중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끝내는 소극적인 은퇴식을 하도록 하고 싶지 않다. 멋진 무대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전 2~3분 전까지 뛰고 난 뒤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선수 은퇴식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은 특별한 영광이기 때문에 정말 선택 받은 선수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 선수들은 리그 경기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우즈벡(27일), 뉴질랜드(31일) 평가전 대표팀 명단(23명)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 △수비=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 힐랄) 김진수(호펜하임) 차두리(서울) 김기희(전북) 김주영(상하이 상강) 윤석영(QPR)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 손흥민(레버쿠젠) 김보경(위건) 한국영(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 한교원 이재성(이상 전북) 김은선(수원) △공격=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정협(상주)
**대기 명단(6명)
이범영(부산) 김민우(사간도스) 조영철(카타르) 정동호(울산) 이주용(전북) 김신욱(울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