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이 북반구 지역에선 최초로 겨울에 열리게 됐다. 한여름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6~7월에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애초 계획은 무리수임이 드러났다. 카타르 유치위원회 쪽이나 개최지를 선정한 국제축구연맹(FIFA) 모두 머쓱하게 됐다. 카타르월드컵은 기후환경뿐 아니라 선정 과정에서의 매표 의혹,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이주노동자 혹사 논란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회의 뒤 “2022년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을 카타르의 건국일인 12월18일에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집행위원회는 “대회 기간도 28일 정도로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대회 기간이 나흘 줄어든 28일이 되면 개막식 날짜는 11월2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 카타르월드컵의 대회 기간 확정은 피파의 난제였다. 2010년 피파 집행위에서 2018·2022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될 때 피파의 실무 그룹은 불볕더위 등 카타르 여름 대회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투표에 참가한 집행위원 22명 가운데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 등 14명이 카타르에 표를 던졌다. 당시 프랑스나 독일 등 카타르와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자국 집행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은 지난해 “카타르가 돈으로 월드컵을 산 것은 아니다. 정치력이 작용했다. 카타르월드컵 결정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타르월드컵 겨울 개최로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 등 유럽의 리그는 한달 이상을 휴업해야 한다. 유럽 리그는 주로 8월 시작해 이듬해 5월 끝난다. 유럽 클럽팀들은 카타르월드컵을 4~5월에 개최할 것을 요구해왔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가을에 시작해 봄에 끝나는 유럽의 리그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리그 등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리그에서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파는 당근책을 내놨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선수를 보내야 하는 클럽들에 2억900만달러(2350억원)를 보상금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이런 재정 지원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도 똑같이 이뤄진다.
겨울 월드컵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유럽 클럽팀은 월드컵 2주 전, 한국의 K리그는 한달 전에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줘야 한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부상도 많은데 시즌 중에 월드컵을 하게 된다면 유럽 선수들의 몸 상태가 과거의 6~7월 월드컵 때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럽파가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 대표팀한테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6~7월 월드컵 때는 팀 전체가 한달 이상 훈련을 해왔던 것과 달리 카타르월드컵 때는 유럽파들이 대회 2주 전에 합류해 반쪽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카타르월드컵은 크리스마스 기간을 절묘하게 피해갔다. 영국의 <비비시>(BBC)는 “월드컵 결승전이 18일 열리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의 전통인 ‘박싱데이 주간’(크리스마스 휴가로 한 팀이 일주일에 3경기씩 치르는 주간) 경기가 열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피파는 “실무진이 곧 작업에 들어가 2019~2022년 국제 경기 일정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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