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몸풀기’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득점왕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시킨 프로농구 창원 엘지(LG). 전력의 핵이 빠져서 불안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승리였다. 위기일수록 강해지는 정신력이 스포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김진 감독의 엘지가 2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2차전에서 75-69로 승리했다. 1승1패. 모비스가 강팀이라고 하지만 승부는 원점이 됐고, 엘지한테도 기회는 왔다.
이날 엘지는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왕인 제퍼슨 없이 뛰었다. 엘지 구단은 18일 1차전 직전 국민의례 도중 몸풀기를 해 물의를 일으킨 제퍼슨을 이날 팀내 최고 수위 징계인 퇴출에 처했다. 전력 손실이 있더라도 프로리그를 무시하는 선수를 기용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물론 위험이 따르는 조처지만, 이럴 경우 팀 사기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은 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경기 전 “엘지가 뭉쳐서 우리 입장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걱정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엘지는 제퍼슨의 빛에 가렸던 크리스 메시(21점·25튄공)를 중용했고, 메시는 전반에만 10득점에 14튄공잡기로 일찌감치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반까지 10점을 앞서 나갔다. 3쿼터 후반 강력한 모비스의 반격에 주춤했지만 우세를 지켜가던 엘지는 4쿼터 중반 60-62로 역전을 당했다. 워낙 끈끈한 모비스여서 평소의 엘지라면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제퍼슨을 퇴출시킨 구단의 강한 의지가 선수들한테도 영향을 주었고, 김시래와 김종규(16점), 김영환, 문태종은 지칠줄 모르고 뛰었다.
결국 집중력은 득점으로 연결됐고, 악착같은 수비까지 나오면서 재역전을 일궈냈다. 종료 7.6초를 남기고는 김시래가 던진 자유투 2개가 모두 림을 통과하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선수들의 의지와 이기겠다는 팀 분위기가 일군 정신력의 승리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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