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 이랜드 선수들이 29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FC와의 개막전 직전 가변 스탠드의 안방관중에게 공을 던져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2부 신생팀 이랜드, 육상트랙 좌석
그라운드와 8m밖에 안돼 ‘박진감’
“팬들 모시는 시대로…새 장 열어”
그라운드와 8m밖에 안돼 ‘박진감’
“팬들 모시는 시대로…새 장 열어”
8m 앞의 대형 스크린? 이런 축구장이 있었던가. 팬들이 받은 충격은 신선했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생동감이 넘치는 게 정말 뭘 하는 것 같아요.” 서울 창동에서 아들, 딸, 남편과 함께 온 여성팬 오현씨의 말이다. “아들 때문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도 갔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짜릿하다”고 했다.
K리그 2부(챌린지)의 신생 팀 이랜드가 프로축구장 하드웨어에 혁명을 몰고 왔다. 이날 안양FC와의 개막전이 펼쳐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은 휑뎅그렁하지 않았다. 이랜드팀의 상징인 표범과 연고지 서울의 영문자를 합친 ‘레울파크’는 7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종합운동장이 아니었다. 기존 종합운동장의 스탠드 좌석은 단 하나도 쓰지 않았고, 대신 바닥의 육상트랙 위에 임시좌석 5000석(1만2000원)을 만들었다. 좌석 첫 열에서 그라운드까지의 거리는 8m. 양쪽 골대 뒤에는 컨테이너로 2층을 올렸다. 2층은 스카이박스(3만원)로, 옥상은 입석(2만원)이다. 골대에서 8~10m 떨어진 이곳에서는 “쉬익” 하며 공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표정도 보이고 선수들 말도 들리니 축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축구장은 3D 극장으로 바뀌었다.
국내 축구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큰 변신을 했다. 육상트랙이 깔린 종합운동장 먼 스탠드에서 경기를 보던 축구팬들은 그라운드에 가깝게 붙인 월드컵 전용경기장이 신기했다. 그런데 이랜드는 더 당겼다. 월드컵 전용경기장에는 관중 난입을 막기 위해 해자를 팠지만 레울파크에는 가변 스탠드가 있다. K리그 1부(클래식) 부산도 종합운동장을 일부 개조해 임시 스탠드를 설치했지만 그라운드에서 멀고 산만하다. 이랜드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스탠드 상층으로 갈수록 폭을 좁혔고, 5000석 넘게는 아예 표를 팔지 않는다. 권성진 홍보실장은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표를 판매해 먼저 끊을수록 앞좌석에 앉을 수 있다. 팬들이 축구의 박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표값이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회장도 놀란 표정이다. 그는 “그동안 팬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면, 지금은 팬들을 적극적으로 모시는 시대가 됐다. 이랜드가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 김재성의 전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간 이랜드는 후반 4분 안양 김선민의 기습슈팅에 당했다. 마틴 레니 이랜드 감독은 데뷔전에 앞서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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