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을 연상시키는 해리 케인(22·토트넘·사진)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통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19골)를 달리고 있는 케인은 이달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소집됐다. “대표팀 내 그의 자리가 없다”며 미적대던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도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골폭풍을 몰아치는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28일(한국시각) 런던에서 열린 유로 2016 E조 리투아니아전에서는 후반 26분 교체 투입 78초 만에 골을 터뜨렸다. 큰 무대에서 데뷔전 골을 터뜨리며 4-0 승리의 쐐기를 박자 감독의 시선이 달라졌다. 호지슨 감독은 1일 이탈리아와의 원정 친선경기에 앞서 “케인을 선발로 내세울 것이다. 케인과 웨인 루니가 함께 뛰게 된다”고 했다. 기존의 잉글랜드 대표팀 최다골(49골)에 2골이 모자란 47골을 기록하고 있는 루니도 기대가 크다. 루니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축구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케인과 함께 최전방에서 뛴다니 흥분된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에 들어갈 때 그가 토트넘의 선발이 될지도 의심스러웠지만 지금 그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케인은 올 시즌 가장 화려하게 떠오른 선수다. 지난해 11월초까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할 정도로 소속팀에서도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규리그 26경기에서 19골을 터뜨렸다. 유로파리그(5골), 컵대회(3골) 등을 포함하면 시즌 총 득점은 29로 늘어난다. 1m88의 높이에도 공을 갖고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고, 헤딩 능력이 뛰어나다. 동물적인 위치 선정도 케인의 강점이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루니에 이어 대표팀에 ‘새로운 골잡이’가 등장했다며 떠들썩하다. 7월생인 케인은 잉글랜드 21살 대표팀의 핵심이기도 하다.
피파 랭킹에서는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10위)가 잉글랜드(17위)를 앞선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는 호지슨 감독의 잉글랜드가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1-2로 지면서 탈락했다. 주장 루니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케인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쓸 것이다. 케인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루니는 “케인이 할 일은 공을 잡은 뒤 수비진을 향해 돌진한 다음 슈팅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호지슨 감독의 잉글랜드는 최근 7연승을 달리며 월드컵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유로 예선에서는 확고한 E조 1위다. 새로운 득점원 케인이 등장하면서 호지슨 감독은 이탈리아전 설욕을 벼르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