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평가전 하프타임때
차두리, 뜨거운 눈물 은퇴식
“한 것 이상으로 사랑 받았다”
이재성 결승골로 1-0 승리
차두리, 뜨거운 눈물 은퇴식
“한 것 이상으로 사랑 받았다”
이재성 결승골로 1-0 승리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분명 제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한테 사랑을 받았습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한 선수였습니다. 그것을 여러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 행복합니다. 대표팀 후배들 계속 성원해주세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평가전 하프타임. 황금빛 22번 등번호의 차두리(35)는 13년143일간의 대표선수 여정을 끝낸 아쉬움에 목소리가 잠겼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얼굴은 밝게 빛났다.
이재성의 후반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끈 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노림수가 통한 것이다. 이날 경기는 차두리의 은퇴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 공헌한 선수한테 마땅히 베풀어야 하는 예우를 갖췄고, 동료의 은퇴식에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냈다.
시작부터 움직임은 역동적이었다. 최전방의 지동원을 꼭지점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 좌우 날개에 손흥민과 한교원이 조합을 이뤄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중앙의 기성용과 한국영이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를 맡았고, 수비는 왼쪽부터 박주호, 김영권, 김주영, 차두리가 방벽을 쳤다. 골키퍼 김진현까지 포함하면 27일 우즈베키스탄전과는 달리 9명이 새로운 얼굴이었다.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A매치 76경기째(4골)를 소화했다.
전반 5분 김영권의 프리킥으로 뉴질랜드 문전을 위협한 한국은 젊은층으로 구성된 뉴질랜드의 역습에 간간이 허를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진현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공세의 파고를 높였다. 전반 20분 손흥민의 코너킥을 김주영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도 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반 38분 한교원이 만들어낸 페널티킥 상황은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키커로 나온 손흥민이 찬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전반 40분에도 손흥민의 돌파에 이은 한교원의 크로스를 지동원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머리로 받았지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약속대로 전반 42분 차두리 대신 김창수를 교체 투입했고,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기성용의 팔에 꼭 둘러준 뒤 밖으로 나왔다. 차두리가 나올 때 뉴질랜드 선수들도 박수로 환송했다. 터미네이터 영화음악을 배경으로 한 하프타임 은퇴식 때 차두리는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을 했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차두리에게 공로패에 골든슈를 증정했다. 아버지 차범근 감독이 꽃다발로 격려하고 꼭 껴안자 차두리는 한동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이런 분위기 덕에 후반전 한국의 공세는 더 거셌다. 시작하자마자 교체투입된 구자철이 벌칙구역 왼쪽에서 낮은 땅볼 슈팅으로 골문을 조준했고, 6분 뒤에는 골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며 추가 슈팅을 날렸다. 후반 13분께 손흥민이 혼전 상황의 골지역 왼쪽에서 찬 공이 골대 왼쪽을 살짝 빗나갔다. 후반 21분 지동원의 헤딩골은 핸들링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혼은 살아 있었고 후반 교체 투입된 이재성이 해결사로 나섰다. 22살의 이재성은 대표팀 두번째 경기에 나섰지만 특유의 발재간과 감각으로 문전을 흔들었고, 후반 41분 김보경이 찬 공이 걸려 나온 것을 놓치지 않고 차 넣어 승패를 갈랐다. 이제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는 ‘차미네이터’ 차두리도 벤치에서 감격했을 것 같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 후반 이재성의 선제골 때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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