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정대세. 사진 삼성블루윙스 제공
올시즌 8경기서 도움주기 5개
“예전엔 득점에만 신경 썼다면
이젠 좀더 넓게 보려고 애쓴다”
“예전엔 득점에만 신경 썼다면
이젠 좀더 넓게 보려고 애쓴다”
“대세는 지났죠. 그런데 몸은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큰 흐름이라는 뜻의 한자어 ‘대세’를 모를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서툰 듯하지만 어려운 말도 정확하게 알아챘다. “아직도 ‘자이니치’(재일의 일본말)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한가요?”라는 물음엔, “네, 전 여전히 경계인”이라고 했다. 하긴 한국 K리그 생활 3년째이지만 그는 2010 남아공월드컵 북한대표로 나가 눈물을 글썽였고, 청년기까지는 일본에서 성장했다. 한국에서 결혼해 지난해 아들까지 얻었지만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더 축구에 몰입하는지도 모른다.
프로축구 수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정대세(31)가 변신했다. 그동안 공격 전문이었지만 올 시즌엔 도움주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정대세는 9일까지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등 8경기에 모두 출장해 5도움(1골)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총 3개 도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놀랍다. 정대세는 “너무 신기한 현상이다. 옛날에는 골만 신경을 썼고, 옆에 있는 선수는 생각도 안 했다. ‘아시스트’는 결과가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좋은 기회의 동료에게 공을 연결한다”고 했다. 8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 브리즈번(호주)과의 경기(3-1 승)에서도 정대세는 후반 첫골을 도우며 팀 승리의 물꼬를 텄다. 수원 관계자는 “이기적 플레이어에서 이타적 플레이어로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정대세는 “한국에서는 도움주기도 중요하게 평가를 해준다. 동료 선수들이 내 패스를 골로 잘 연결해주기 때문에 기록이 좋아졌다”고 했다.
정대세의 변화는 지난해 중반부터 감지됐다. 난생처음 선발이 아닌 벤치멤버로 자주 교체출장하게 되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그때 주변에서는 “좀더 주변에 있는 선수를 활용하라”고 제안했고 올 시즌 위력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당근 지금은 전성기가 아니다. 팀 승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예전같이 욕심내면 안 되고, 오는 슈팅 다 슈팅 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정원 감독의 신뢰는 큰 힘이다. 그는 “지난 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잘하면 뛰게 해준다. 기본적으로 신뢰는 탄탄하다”고 했다. 체력적으로는 지금이 전성기라고도 했다. 한국 축구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 프로축구에서 공격수는 너무 힘들다. 수비들이 막 때리고, 꼬집고, 팔꿈치로 치고 해서 정말 어렵다. 독일이나 일본과는 많이 다른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영리하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 좀더 빠르게 공을 처리하고, 넓게 보려고 애쓴다.”
정대세한테 정체성은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그는 “일본과 독일, 한국을 다 경험했다. 이 나이가 돼도 나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경계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도 수원에 잔류하느냐고 묻자, “내가 열심히 뛰는 게 먼저다. 그러면 구단에서 제안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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