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이승우, 18살이하 대표팀 훈련
간결한 볼 터치·폭발적 드리블로
잽싸게 수비 뚫고 통쾌한 슛 날려
27일부터 JS컵…“반드시 골 넣겠다”
간결한 볼 터치·폭발적 드리블로
잽싸게 수비 뚫고 통쾌한 슛 날려
27일부터 JS컵…“반드시 골 넣겠다”
금발의 염색 머리에 작달마한 키. 확실히 눈에 띈다. 공을 잡고, 놓는 폼도 경쾌하다. 이것이 바르셀로나 청소년팀의 작품인가, 아니면 타고난 것인가. 미니 게임을 관찰하는 안익수 감독은 수비벽을 날렵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잘했어!”라고 외친다. 선배들 사이에서 금발은 조금씩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20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18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8대8 미니게임에서 모든 이의 시선은 1m73의 단신 이승우의 동작에 쏠렸다. 지난해 16살 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 준우승 때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이승우는 국내 팬들한테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수비수 3~4명은 달고 다니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골을 잡아낸 그는 최우수선수에 득점왕까지 올랐다. ‘한국판 메시’의 출현 가능성을 떠올린 축구팬들은 많았다. 이번엔 JS컵 18살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4월29~5월3일·수원) 출전을 위해 왔다.
경기장 반쪽에서 이뤄진 미니게임 2세트부터 투입된 이승우는 탐색하듯 조심스러웠다. 25명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7살로 한 살이 적고, 덩치도 작다. 형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5분씩 이뤄진 마지막 3세트 경기에서는 발동이 걸렸다. 주도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공을 잡으면 톡톡 치고 나가는 게 간결했다. 움직이면서 얇게 썰어 들어갈 땐 스피드가 더해졌다. 막판에는 통쾌한 슛도 날리면서 낯선 선배들 앞에서의 신고식을 마무리했다.
안익수 감독은 “선배 형들과 처음 발을 맞춰 어색함이 있다. 미니게임 마지막에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갖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뿜어내도록 편안하게 승우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이승우의 발탁에는 안 감독의 배려가 있다. 이승우는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의 후베닐A(17~19살 팀)에서 뛰지만 이적 규정 위반 징계로 공식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는 “후베닐A 팀 훈련 뒤 같은 팀의 백승호 형이랑 남아 연습을 더 하고 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조금 걱정은 된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안 감독은 이승우를 불러들여 기를 팍팍 심어주고 있다. 이번 소집으로 6월 예정된 수원컵 청소년대회와 10월 세계청소년축구대회(17살 이하)까지 실전 공백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징계가 풀리는 내년 1월6일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안익수 감독은 이승우의 장점을 서서히 파악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하 것은 팀이다. 안 감독은 “이 연령대 선수들은 감수성이 예민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와 받지 못하는 선수로 양분이 될 수밖에 없지만 다 같이 어우러지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이승우도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는 “감독님이 생활면에서는 자유롭게 해주는 것 같은데 경기장에서는 엄격하다”고 했다. 또 “선수는 밖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후베닐A 출신의 리오넬 메시를 뛰어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이승우는 “어릴 때부터 스페인에서 뛰었고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있다. 선배인 메시를 넘어서는 것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관심이 있다는 올해 초 보도와 관련해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하다. 제의가 와도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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