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축구팬들한테 조진호는 청소년팀과 올림픽팀의 해결사였다. 작은 키에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근성과 결정력. 1994년 월드컵엔 대표팀 최연소로 독일전에 뛰기도 했다. 최경식 해설위원은 “키가 작으니 재주가 뛰어나고 머리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조광래 감독과 비슷하다”고 회고했다. 그런 기억 때문에 벤치에서 얌전하게(?) 선수단을 지휘하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가까이서 본 조진호(42) 감독은 살아 있었다. 어눌한 말투이지만 “공격 축구”를 말할 땐 힘이 느껴졌다.
조진호 감독의 대전이 바닥을 치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26일 수원전 승리(2-1)로 시즌 첫승(1승1무6패)을 신고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꼴찌이지만 5월3일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대결에서 연승을 노린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수원전에서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팀을 지휘한 조진호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최전방의 아드리아노도 감을 잡았다”고 했다.
기업 구단과 달리 연간 100억원 이하에서 팀 운영을 해야 하는 대전의 힘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부상을 입은 김찬희나 미드필더 김종국·안상현, 수비수 윤원일 등은 각각 포항, 울산, 서울, 제주의 2군 출신이다. 이들은 뛰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여기에 타 구단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데려온 브라질 출신 아드리아노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2부리그 득점왕(27골)으로 대전의 1부 승격에 큰 구실을 한 아드리아노는 수원전 2골로 살아났다. 39명 선수단에는 당장 투입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있지만 서명원, 황인범 등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카리스마보다는 “친구처럼, 형처럼” 다독이는 조 감독의 관리 스타일은 팀을 똘똘 뭉치게 만들고 있다.
물론 감독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대전 팀 관계자는 “상대의 미드필드가 강하면 아무래도 수비적으로 하다가 역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공격적으로 경기를 하지만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다. 그래도 변치 않는 것은 끈질긴 축구의 이미지다. 시즌 초반에 패배가 잦아지면서 색깔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수원전을 통해 계기를 잡았다. 조진호 감독은 “우리는 여럿이 힘을 합치고 패스나 조직력 축구를 할 수밖에 없다. 좋은 경기로 프로 축구의 붐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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