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장안의 화제는 이승우다. 1m70 안팎의 작달막한 키에 나이는 형들보다 한살 적은 17살. 그런데 월반한 ‘천재’는 29일 수원 JS컵 18살 이하 청소년축구대회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우루과이전 승리(1-0) 때 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전·후반 폭풍 드리블로 상대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 한명의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JS컵 후반교체 사인에 격한 반응
한국 축구선 상상할 수 없지만
유럽에선 자기표현 하는 일 많죠 12살때 바르셀로나로 건너가
수평적 축구문화에 익숙한 걸까요
스타는 감정 조절도 잘해야 하는데… 이승우는 안익수 감독이 후반 교체를 지시하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벤치로 나와서도 화를 풀지 못한 듯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 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서 그랬다”는 이승우의 말과 상관없이 지도자와 선수 관계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이승우의 재능을 발굴한 은사인 김관규 안양 K클럽 관장은 “유럽에서는 자기표현을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우리 정서에는 낯설 것”이라고 했다. 12살 때 바르셀로나 급행을 탄 이승우는 지금 스페인어를 막힘없이 구사한다. 축구 문화가 자유롭고 지도자와의 관계도 수평적 형태인 환경에 익숙하다. 아직도 더 성장해야 할 나이다. 이런 선수에게 한국에서 커온 다른 선수들의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만약에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십중팔구 ‘너 혼자 축구하냐’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인성이 안 됐다는 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감독은 경기 전에 선수 교체의 시점을 정해서 나간다. 안익수 감독이 29일 많은 선수를 교체해 골까지 터뜨린 것은 용병술의 결과다. 개개인보다 팀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세계 지도자들이 가진 제1의 철칙이다. 박사 사령탑인 안익수 감독은 카리스마형 지도자이지만 대화를 통해 선수단을 장악한다. 이승우가 합류했을 때 안 감독이 처음 한 말은 “너의 장점을 살려라”, “혼자 가면 빠르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였다. 개성과 팀워크의 조화에 집중하라는 얘기였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직까지 저만한 선수를 본 적이 없다. 능력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성인 대표팀에 턱걸이 정도로 합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근육의 질이나 판단력, 지각 능력 등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가 나온다고 한다. 안익수 감독 역시 징계로 소속팀 공식 경기에 뛰지 못하는 이승우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소집을 했고,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이승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승우는 슈퍼스타로 가는 여정에 있다. 스스로 “메시를 뛰어넘겠다”고 했는데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올라간 심장 박동수처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한테 마이너스다. 지난해 말 메시가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의 교체 사인을 무시하고 뛰었을 때 팬들한테 썩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세계적인 스타는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도 필수다. 이승우는 우루과이와의 경기 뒤 “축구팬들이 많이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개성있고 창의적인 그의 플레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한국 축구선 상상할 수 없지만
유럽에선 자기표현 하는 일 많죠 12살때 바르셀로나로 건너가
수평적 축구문화에 익숙한 걸까요
스타는 감정 조절도 잘해야 하는데… 이승우는 안익수 감독이 후반 교체를 지시하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벤치로 나와서도 화를 풀지 못한 듯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 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서 그랬다”는 이승우의 말과 상관없이 지도자와 선수 관계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이승우.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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