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바르사에서 함께 전설 만든 감독과 선수, 이젠 적으로
과거엔 함께 전설을 만들었지만, 이젠 적이 돼 만났다.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리오넬 메시, 둘 중 하나만 웃을 수 있다.
6일(한국시각) 새벽 3시45분 바르셀로나 캄푸 누에서 열리는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옛 바르사의 영광을 세웠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뮌헨을 이끌고 바르셀로나와 맞서 싸운다. 2008~2012년 4년간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재임 기간 두 차례의 챔피언스리그 제패 등 총 14개의 타이틀을 팀에 안겼다. 스스로는 ‘티키타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중원에서의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로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함께 했던 바르사 영광의 주역은 메시다. 메시는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두 차례 발롱도르 상을 차지하는 등 극성기를 누렸다. 메시는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급성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젠 적으로 만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바르셀로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과거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팀이 아니다.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바르셀로나는 사비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중원 장악과 최전방에 나선 ‘가짜 9번’ 메시의 득점포로 절대 권좌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3년 챔피언스리그 4강전 때 바이에른 뮌헨에 0-7로 대패하면서 틀을 바꿨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를 오른쪽 날개로 주로 기용하고 네이마르는 왼쪽 수아레스를 최전방에 내세우는 ‘MNS’(메시-네이마르-수아레스) 라인으로 공격성을 높였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주력에서 조금 빗겨나 있다. 메시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2년 전 뮌헨에 패했던 과거의 바르셀로나가 아니다”라며 필승을 다짐한 이유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핵심 선수의 전열 이탈로 부담을 갖고 있다. 아르연 로번이 아예 출전하지 못하고, 프랑크 리베리나 로버트 레반도프스키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세적으로 경기를 할 상황도 아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격을 하고, 점수를 내야 한다. 메시를 멈추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메시가 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은 최전방의 레반도프스키와 토머스 뮐러, 마리오 괴체한테 한방을 기대하고 있다.
양 팀 감독의 만남도 팬들의 관심을 자아낸다. 과르디올라와 엔리케 두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절친으로 지냈다. 2008년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A팀을 맡자, 엔리케가 B팀을 맡으면서 3년간 함께 바르셀로나 영광 시대를 열었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과르디올라는 최고의 감독이고 친구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잘 알고 있지만 승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상념에 잠겨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웃을지, “옛날에는 가까웠지만 지금 연락을 하지는 못한다”고 말한 메시가 웃을지는 곧 드러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