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피파 회장 5선 도전 앞두고
부패혐의로 고위직 여러명 체포
당선돼도 권위 ‘치명상’ 입을듯
스위스 수사당국, 피파본부 압수수색
부패혐의로 고위직 여러명 체포
당선돼도 권위 ‘치명상’ 입을듯
스위스 수사당국, 피파본부 압수수색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이 부패와 불법의 온상으로 비판받아온 국제축구연맹(피파)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공조에 나섰다. 이로 인해 79살의 나이에도 피파 회장 5선에 도전해 당선을 눈앞에 뒀던 제프 블라터 회장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29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예정된 피파 회장 선거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불확실하고, 설령 투표가 진행돼 당선이 돼도 블라터 회장의 권위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스위스 수사관들이 피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국의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묵고 있는 5성의 취리히 바우어 오 라크 호텔을 새벽에 급습했다. 호텔에서 에두아르도 리 코스타리카축구협회장 등 여러 명의 피파 고위 관계자를 연행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범죄자인도협약에 따라 미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비시>는 “7명의 피파 고위 관계자가 체포됐다”고 전했는데, 제프리 웹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과 잭 워너 전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남미축구연맹 회장 등 고위급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피파 집행위원들을 포함한 고위 인사들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표를 팔거나, 방송 중계권, 스폰서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부패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을 체포해 법정에 세우지는 못했다.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선정 과정 의혹에 대한 ‘가르시아 보고서’가 지난해 나왔을 때도 피파는 축약본만 내고 “문제가 없다”고 덮어버렸다.
그러나 지난달 취임한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부 장관이 피파 부패 척결을 위해 ‘저승사자’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세금 관련 범죄를 제외하고는 스위스로부터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자국의 금융기관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불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면 외국인을 미국의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스위스 법무부는 “이들의 혐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뇌물액은 총 1억달러를 넘는다”고 밝혔다. 스위스 수사당국은 이와 별도로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피파 본부를 압수수색해 전자 데이터와 문서들을 확보했다.
피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블라터 회장은 뇌물 의혹에 관련이 없으며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파 집행위원 등이 대거 체포되면서 선거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또 수사의 칼이 최종적으로 블라터 회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은 ‘월드컵 장사’를 통해 피파를 부유한 스포츠 단체로 키웠지만 온갖 추문의 발원지로 비판받아 왔다. “노욕”이라는 주변의 반대에도 피파 회장 선거에 출마한 블라터 회장은 알리 빈 알후세인(40) 요르단 왕자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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