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 의혹도 조사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이 2일(현지시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블라터 회장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피파 본부에서 긴급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뜻을 밝혔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블라터 회장은 “피파 집행위원회에 최대한 이른 시일에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임시 총회를 개최할 것이다. 후보자들이 충분하게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 40년간의 나의 인생과 회장직을 되새겨보고 고민했다.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총재는 올해말부터 내년 3월 사이에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피파 회장직을 유지한다.
블라터 회장이 5선에 성공한 지 일주일도 안돼 사퇴를 결정한 것은 미국과 스위스 당국의 피파 부패 수사 압박이 더 거세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블라터 회장의 사임의사 발표 전에, “미국 연방검찰이 2010 남아공월드컵과 관련해 뇌물로 추정되는 1천만달러의 송금에 블라터의 오른팔인 제롬 발케 사무 총장이 관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터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까지 수사 대상에 떠오르자 더 이상 버티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위스 수사당국은 블라터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블라터 회장의 사임으로 피파는 새로운 회장 선출까지 격동기를 맞게 됐다. 새로운 후보로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 블라터와의 경선에서 진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왕자,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사퇴한 미카엘 판 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새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스위스 당국은 피파의 부패 관행에 대한 조사를 2018 러시아월드컵, 2022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까지 확대하고 있다. 만약 두 대회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과 집행위원 매수를 통한 부정이 드러나면 개최지 변경에 대한 요구가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월드컵의 경우 지역 예선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경기장 시설도 공사 중에 있다. 개최지를 변경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강대국 러시아 정부의 반발 등도 예상된다. 카타르 정부도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있는 중이고, 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개최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치명타를 입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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