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일정에 블라터 사임 ‘불똥’
러시아월드컵도 수사망 올랐지만
지역예선 돌입해 재조정 어려울듯
러시아월드컵도 수사망 올랐지만
지역예선 돌입해 재조정 어려울듯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의 사퇴 불똥이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의 측근들이 2010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는 것이 미국 법무부 수사의 핵심이지만, 점차 수사의 칼끝이 러시아와 카타르 월드컵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터 회장이 사의를 밝히자마자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은 “내가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에 몸담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잠이 안 올 것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 말 많았던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며, 명확한 증거가 나온다면 개최지를 새로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고 수사가 확대돼도 현실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카타르월드컵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월드컵은 이미 지역예선이 시작되는 등 일정상 재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월드컵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개최지 변경 등 강수를 쓰기에 부담도 크다. 하지만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월드컵 개최 시기를 두고 블라터 회장과 반목을 거듭했다. 카타르는 한여름에 섭씨 50도에 육박해 월드컵을 치르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었다. 애초 블라터 회장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된다”며 카타르월드컵을 지지했지만, 지난해엔 “날씨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 월드컵을 6, 7월이 아닌 11~1월 중에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결국 블라터는 지난해 3월 카타르월드컵을 겨울에 치르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유럽축구연맹은 즉각 반발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프로축구 시즌이 가을에 시작돼 이듬해 봄에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카타르월드컵 공사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900명 이상이 사망해 인권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부패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자, 플라티니 회장은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을 전면 공개하라며 블라터 쪽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서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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