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전 한국 월드컵 대표.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용환 부산축협 기술이사, 혈액암 투병 끝 별세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 “하늘도 무심하네요”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 “하늘도 무심하네요”
“동래고 1학년 때 받은 신입생인데, 하늘도 무심하네요…”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9일 애제자 정용환 부산축구협회 기술이사의 별세에 깊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980~90년대 국가대표 명 수비수 정용환 이사는 7일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 모든 조처를 취해놓았지만 9일 발인에는 가지 않았다는 김호 감독은 “열흘 전에 병실에서 본 게 마지막이 됐다. 아파서 거동하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메어졌다. 오래 살아 재기하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용환 이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였다. 김호 감독은 “동래고에 들어왔을 때 원래 미드필더였지만 중앙 수비수로 키웠다. 무게 중심이 낮고 일대일과 점프력이 좋았다. 몸싸움도 잘하는데다 수비기술도 갖춰 큰 선수가 될 자질이 있었다”고 했다.
동래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정용환 이사는 국가대표팀 경기 77회 출장(3골)했고, 프로에서는 1984년 대우 로얄즈 소속으로 1994년 은퇴할 때까지 168경기 9골4도움을 기록했다. 한 클럽에서만 쭉 생활했다.
그러나 선수 은퇴 뒤 지도자로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고려대 동기였던 김현태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오직 운동만 하는 친구였다. 잘 어울리지 않고 자기 주관도 강했기 때문에 인맥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코치는 “너무 착한 선수였는데 재능을 살리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86년 월드컵에 함께 출전했던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은 “수비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였다. 한 참 일해야 하는 나이에 세상을 등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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