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한국 전가을이 골 찬스를 놓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15.6.10/연합뉴스)
어떻게 골을 넣을 것인가?
윤덕여 감독의 여자축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여자월드컵 E조 1차전에서 브라질에 지면서(0-2) 여러 숙제를 남겼다. 패스, 체력, 경기운영 능력 모든 면에서 밀렸다. 개인 기량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축구는 조직력의 경기다. 어떤 식으로 선수들이 연결돼 공격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진다. 지더라도 좋은 경기가 있고, 아주 찜찜한 경기가 있다. 여자대표팀은 2009년 WK리그 출범 이후 역량을 축적해왔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도 어느 때보다 많아지면서 다양한 대표팀 간 경기도 치렀다. 하지만 2003년 미국월드컵 첫 패배(0-3) 뒤 12년 만에 다시 만난 브라질과의 격차는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은 올해 들어 체력을 유난히 강조했다. 세계적인 팀과의 대결에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표팀 소집 때 “강도 높은 체력훈련으로 본선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브라질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악착같은 맛도 없었다. 체력을 중시한다면 좌우 측면의 윙백을 과감하게 활용하거나, 윗선부터 강하게 압박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체력이나 압박에서도 브라질에 밀렸다. 상대의 압박에 패스의 정교함도 떨어지면서 자주 공을 빼앗겼다. 지소연이 공을 처음 만진 것은 전반 27분에서야 가능했다. 수비수 김도연의 백패스 실수로 인한 첫 골이나, 주장 조소현의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킥 허용은 전방 공격수부터 압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덕여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세번째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 박희영을 내세웠다. 오른쪽 미드필더 강유미가 지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에 변화를 주기 위한 카드를, 그것도 지고 있는 팀이 추가시간에 쓴다는 것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선수 교체는 대개의 경우 경기 시작 전 구상을 하고 들어간다. 경기 속도의 변속기어 장치가 교체 카드이고, 교체를 통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는 많다. 박희영을 투입하려면 더 빨리 투입했어야 한다. 한국팀 공격의 핵 지소연은 몸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동작은 무거웠고 상대를 위압하지도 못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경기가 생각대로 안 풀렸다. 벤치에 있던 스피드와 슈팅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한테 기회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10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한국 윤덕여 감독이 심판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2015.6.10/연합뉴스)
윤덕여 감독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는 세계 37위로 한국(18위)보다 순위가 낮다. 하지만 앞서 열린 스페인(14위)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선수들의 몸이 유연하고 스피드가 있다. 윤덕여 감독도 “만만히 볼 수 없다”고 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패스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설령 끊기는 한이 있더라도 배후로 찔러주는 패스를 시도해야 한다. 이때 기동력 있는 선수들이 파고들어야 한다. 브라질전과는 달리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한국팀에 맞춤한 전술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윤덕여 감독의 몫이다.
한편 브라질의 마르타는 이날 페널티킥 성공으로 역대 여자 월드컵 최다골(15골)을 쏘았고, 전반 선제골을 넣은 포르미가는 6회 연속 월드컵 출장과 함께 최고령(37살) 골 기록을 세웠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