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이었던 척 블레이저.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이었던 척 블레이저(70)가 집행위원 시절 1년 반 동안 미국 사법당국의 비밀첩보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프 블라터 회장의 ‘피파 왕국’ 몰락의 시발이 된 피파 부패 인사 14명의 기소는 ‘내부고발자’ 블레이저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이뤄졌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뉴욕 출신의 전 피파 집행위원인 블레이저가 월드컵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최대 75년형의 옥살이를 해야 할 위기에 빠지자, 미국 정부에 형 면제를 조건으로 비밀리에 피파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1990~2011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 1997~2013 피파 집행위원을 지낸 블레이저는 피파 상층부의 고위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디언>은 블레이저가 2011~2013년 미국 사법당국의 요원 행동 규칙에 따라 비밀스럽게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고위 관계자의 도청에도 블레이저가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이저는 이런 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사법당국은 스위스 경찰과 공조해 5월 피파 집행위원 등 관련자 14명을 기소했고, 블라터 회장은 파장이 커지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블레이저가 피파의 내부고발자로 변신한 것은 뇌물, 세금포탈, 돈세탁 등 피파 고위직에 재직하면서 저지른 불법행위가 미국 당국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최대 75년형을 선고받을 위험에 빠진 블레이저는 미국 연방수사국 등 당국과 플리바게닝(형량 협상)을 맺어 정보원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 때 피파의 다른 고위급과 함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실토했다.
또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의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골드컵 방송 중계권 판매 이권 개입도 자백했다. <뉴욕 타임스>는 블레이저가 이미 월드컵 개최지 투표 관련 뇌물, 불법 티켓 판매 수익 등을 통해 얻은 190만달러를 몰수당했으며, 2005~2010년 이뤄진 1100만달러의 수입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유튜브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