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오전(한국시각) 2015 캐나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을 2-1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오타와/연합뉴스
여자축구, 월드컵 첫 16강 진출
공 점유율 46%-54% 열세, 슈팅 수 3분의 1(6개-18개). 하지만 통계일 뿐이다. 승패는 후반 교체 카드 석 장으로 바뀌었다.
18일(한국시각) 오타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3차전 스페인전 역전승(2-1)의 배경엔 후반 경기 흐름에 변화를 준 선수 교체가 있다. 이그나시오 케레다 스페인 감독은 경기 뒤 “전후반이 너무나 달랐던 경기다. 후반에는 우리가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선수들한테 감사하는 마음이 들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때문에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전반에 부진했다. 공세적으로 나온 스페인과 달리 수비에 신경을 썼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수비 중심이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다. 간격이 넓어져 중간에서 압박이 어려워지니 스페인에 측면을 많이 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밀렸고, 실점도 측면에서 시작됐다. 전반 29분 스페인의 마르타 코레데라가 왼쪽 측면으로 파고들다가 가운데로 연결한 패스는 베로니카 보케테의 왼발에 걸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정미 골키퍼도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 손종석 스포츠토토 감독은 “총력전을 펴기 위해서라면 전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비 신경썼지만 선제골 허용
후반엔 수비진 끌어올리고
선수 교체하며 스페인 흔들어
압박·속공 살아나 ‘역전 드라마’ 윤덕여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진을 끌어올렸고, 오른쪽 수비 김혜리 대신 김수연을 투입했다. 김수연은 그동안 부상으로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와의 1·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수 출신으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가능하다. 발목 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박은선 대신 후반 14분 유영아를 교체투입한 것도 통했다. 유영아는 상대의 배후에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흔들었다. 후반 32분 지친 강유미를 빼고 시야와 감각이 뛰어난 박희영을 들여보냈다. 최전방 공격진에는 탄력이 생겼고, 측면과 중앙에서는 압박과 속공의 형태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후반 8분 조소현의 헤딩 동점골 뒤에는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고, 상대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김수연의 결승골은 중원을 장악한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왼쪽 윙백 이은미가 전방의 박희영한테 넘긴 공이 권하늘-지소연-조소현-전가을의 발을 거쳐 최종적으로 김수연한테 연결된 것이다. 1·2차전 때 선수 교체가 너무 늦거나 방향 없이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교체는 확실한 승리 카드가 됐다.
2012년 말부터 여자대표팀을 맡아온 윤 감독의 믿음의 축구도 역전승의 원동력이다. 덕장 스타일의 윤 감독은 “월드컵 준비를 시작하면서 목표로 했던 16강 달성과 첫 승리를 따내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선수가 지도자의 믿음을 알고 있을 때 열정과 헌신을 통해 경기를 한다. 여자축구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한국 여자축구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결실을 거뒀다. 한국 여성들의 포기하지 않는 투지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편 16강은 한국-프랑스 외에 중국-카메룬, 미국-콜롬비아, 독일-스웨덴, 브라질-호주, 일본-네덜란드, 노르웨이-잉글랜드, 캐나다-스위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후반엔 수비진 끌어올리고
선수 교체하며 스페인 흔들어
압박·속공 살아나 ‘역전 드라마’ 윤덕여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진을 끌어올렸고, 오른쪽 수비 김혜리 대신 김수연을 투입했다. 김수연은 그동안 부상으로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와의 1·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수 출신으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가능하다. 발목 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박은선 대신 후반 14분 유영아를 교체투입한 것도 통했다. 유영아는 상대의 배후에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흔들었다. 후반 32분 지친 강유미를 빼고 시야와 감각이 뛰어난 박희영을 들여보냈다. 최전방 공격진에는 탄력이 생겼고, 측면과 중앙에서는 압박과 속공의 형태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후반 8분 조소현의 헤딩 동점골 뒤에는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고, 상대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김수연의 결승골은 중원을 장악한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왼쪽 윙백 이은미가 전방의 박희영한테 넘긴 공이 권하늘-지소연-조소현-전가을의 발을 거쳐 최종적으로 김수연한테 연결된 것이다. 1·2차전 때 선수 교체가 너무 늦거나 방향 없이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교체는 확실한 승리 카드가 됐다.
여자월드컵 E조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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