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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소녀’ 김수연 결승골…여자축구 역경 딛고 16강

등록 2015-06-18 20:14

18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결승골을 넣은 김수연이 박희영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오타와/대한축구협회 제공
18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결승골을 넣은 김수연이 박희영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오타와/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교체 투입돼 여자 축구사 큰 획
어려서 부모 잃고 올봄 할머니마저…
오랜 가슴앓이 이겨내고 함박웃음

헤딩슛 동점골로 포문 연 조소현
그라운드 쉴새없이 누비는 ‘여자 가투소
1차전 실수 털어내고 국제무대 ‘우뚝’

22일 프랑스와 16강전…분위기 ‘활활’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아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군 결승골의 주인공 김수연(26·국민체육진흥공단)의 막내 고모부는 가슴이 찡하다고 했다. 강릉 경포중학교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읜 김수연은 이후 할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4월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영원히 잃었다. 막내 고모부 최하길씨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고모와 언니, 동생 등 친척이 있지만 수연이한테 가장 가까운 분은 할머니였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련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김수연이 18일(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스페인과의 E조 3차전에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후반 33분 극적인 역전 결승골로 한국 여자축구사에 한 획을 긋는 월드컵 첫승(2-1)과 첫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발재간과 스피드가 있는 김수연은 이날 오른쪽 수비수로 후반 교체 출전했고, 측면 깊숙이 침투해 골대 반대쪽으로 공을 올려주는 센터링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문으로 달려들던 유영아를 보며 찬 공이지만, 공은 상대 골키퍼 머리 너머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김수연은 경기 뒤 “공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어시스트하려고 찬 공인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고모부는 “할머니가 손녀를 위해 공의 궤적을 골대 안으로 꺾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수연은 원래 태권도를 한 선수였고,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로 바꿨다. 짧은 머리 스타일에서 느껴지듯 다부진 체격에 돌파력이 특징이다. 강일여고, 한양여전 등을 거치면서 대표팀 경기에 40회 이상 출장했다. 강재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감독은 “우리 팀에서는 가장 잘하는 선수다. 리더십이 있고 자기 주장을 펼 줄 아는 주장이다.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원래 공격수였지만 직전 실업팀인 스포츠토토에서 손종석 감독을 만나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손종석 스포츠토토 감독은 “공격 성향이 강하고 재간이 있기 때문에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본인은 처음에 수비를 싫어했지만 공격 자질을 갖춘 수비수로 대표팀에서 큰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후반 8분 완벽한 헤딩슛으로 역전의 발판을 만든 동점골의 주인공 조소현(27·현대제철)은 ‘여자 가투소’로 통한다. 코뿔소처럼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상징이었던 젠나로 가투소를 연상시킨다. 박성열 현대제철 코치는 “국내 경기도 잘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더 어울리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날도 대표팀의 주장으로 수비에서 궂은일을 도맡으면서도 공격에 가담해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강유미의 크로스를 무결점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강력한 체력과 몸싸움이 강점이지만 다소 투박한 스타일로 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1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반칙을 범해 상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쉽게 털어낸다. 조소현은 스페인전 승리 뒤 “최악의 상황까지 왔지만 모두 이겨냈다. 패배하면서 배웠고, 비기면서 ‘끝난 게 아니다’라고 다짐했다. 역경을 이겨내면서 버텨낼 힘이 우리 안에 생겼다”고 말했다.

18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김수연의 역전골이 터지자 유영아(12번)와 권하늘이 기뻐하고 기뻐하고 있다. 오타와/연합뉴스
18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김수연의 역전골이 터지자 유영아(12번)와 권하늘이 기뻐하고 기뻐하고 있다. 오타와/연합뉴스
대표팀의 분위기는 확 살아났다. 22일 세계 3위의 강호 프랑스와의 16강전 대결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표팀의 핵 지소연은 “12년 만에 진출한 16강이어서 기쁘다. 다음 경기에서도 도전자의 자세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국내 WK리그에서 선수들이 많이 단련됐다. 준비가 없고 실력이 없으면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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