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불볕더위에 ‘아찔’…여자축구의 현주소

등록 2015-06-29 21:06수정 2015-06-29 21:06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제발 이렇게 경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29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섭씨 30도를 넘는 인조잔디 위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수원시설관리공단의 국가대표 골키퍼 윤영글이 씩씩거렸다.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돌아온 지 5일 만에 맞이하는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이 아찔한 모양이었다. 인조잔디의 고무질 바닥이 달아오르면서 서 있기만 해도 밑창이 뜨끈뜨끈해졌다. 솟아오르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이게 말이 됩니까? 죽으라는 얘기죠!” 그러면서 운동화 끈을 매는 얼굴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서울시청과 수원시설관리공단의 WK리그 12라운드 경기(수원시설공단의 4-1 승)에서 죽은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자존심엔 상처가 났다. 내심 월드컵 16강 성적에 반짝 관심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본부석 응달에 모인 200명가량의 관중은 가족이나 선수들, 축구인들이 전부였다. 사실 한나절 무더위에 경기장을 찾아올 관중이 있겠는가. 두 팀 감독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하기 힘들다.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자축구연맹은 애초 여름철인 6월29일부터는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서울시청의 홈경기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맹은 최근 잠실 보조경기장 실사에서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내렸다. 잔디는 잘 자랐고 조명도 완벽하지만, 본부석이나 기록석 등 부대시설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두 팀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본부석이나 기록석은 연맹의 행정을 위해서는 중요한 고려 사항일지 모르지만, 선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부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도움주기를 기록한 수원시설관리공단의 한송이는 “더워서 힘들었다. 평소 경기력의 70%도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효창운동장에서는 야간경기가 불가능하다. 시설이 오래됐기 때문에 프로급 선수들이 야간경기를 할 정도의 조명도가 나오지 않는다. 연맹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대안 경기장을 찾아야 했다. 연맹 관계자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경기장은 원래 홈팀이 준비해야 한다. 연맹도 발벗고 뛰었다”며 어려움을 강조했다. 연맹의 노력을 인정하더라도 한여름 오후 4시의 축구는 기괴한 풍경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서울시청의 다음 홈경기부터는 4시가 아니라 오후 5시로 한 시간 더 늦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경기장 조명을 빨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효창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한낮의 여자축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정팀은 후반기 1경기만 치르면 되지만, 서울시청은 안방 6경기를 이곳에서 해야 한다. 진장상곤 서울시청 감독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