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5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5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가 주장 칼리 로이드다. 밴쿠버/AFP 연합뉴스
미국이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세계 여자축구 정상에 올랐다.
미국은 6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비시플레이스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주장 칼리 로이드(32)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을 5-2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미국은 여자월드컵에서 3차례(1991년·1999년·2015년) 우승하며 독일(2회)을 제치고 역대 최다우승 기록을 세웠다.
왼쪽은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칼리 로이드. 그는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다. 오른쪽은 일본의 축구 전설 사와 호마레.
4년 전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본에 석패한 미국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승리를 결정짓는 데에는 불과 16분이면 충분했다. 로이드는 전반 3분에 메건 러피노의 코너킥을 골로 연결했고, 2분 뒤에 추가골을 넣었다. 압권은 3-0으로 앞선 전반 16분에 터진 골이었다. 미국팀의 수비수는 공격하던 일본 선수의 공을 빼앗아 로이드에게 패스했다. 로이드는 중앙선도 넘지 않은 곳에서 공을 잡았다. 공을 받는 동작(트래핑)이 약간 길어 상대 수비수의 접근을 허용했으나, 두번째 동작으로 일본 선수 한명을 가볍게 제치고서, 세번째 동작으로 골문 쪽으로 공을 찼다. 골문 쪽에서 50m가량 떨어진 중앙선 부근이었지만, 공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간파한 멋진 골이었다. 이 골로 미국은 4-0으로 앞서 나갔다.
일본은 전반 27분 오기미 유키가 왼발 회전슛으로 추격골을 넣었고, 전반 32분엔 ‘일본 여자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사와 호마레(37)를 교체 투입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로이드는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또 6골을 기록해 독일의 첼리아 샤시치와 득점 공동선두를 기록했으나, 출전시간이 적은 샤시치가 득점왕을 수상했다.
로이드는 여자축구의 세계 최강팀인 미국에서 성인 국가대표팀 경기를 201경기나 출전한 미국 최고의 미드필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는 등 큰 경기에도 강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세계 여자축구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팀 동료 애비 웜바크(35)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오랜 기다림 끝에 로이드는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자신의 대회로 만들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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