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입니다. 선수들 월급을 못 주는 구단도 있어요!”
지난달 K리그 2부의 한 구단 대표이사와 한 통화 내용이다. 프로팀은 성적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순위 얘기를 꺼냈다가 장시간 축구 마케팅 강의를 들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재정 자립 없는 축구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월급도 못 주는 K리그 클래식 구단은 최근 밀린 임금을 지급했지만 임시변통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무한 적자인 프로축구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프로축구가 열악한 것은 자생성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일류 리그는 관중 수입과 방송중계권이 재정 수입의 양대 축이다. 그런데 K리그에서는 중계권은 사실상 없고, 관중 수입은 12개 구단을 합쳐도 연간 총 60억~70억원 수준이다. 균분하면 각 팀의 간판선수 한 명의 연봉을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기초가 부실한 프로축구의 민낯이 드러난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100%에 가까운 유료 관중으로 총 9개 구단이 617억원을 거둬들였다. 100억원 이상의 관중 수입을 거둔 구단도 나왔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은 프로축구와 비슷하지만, 장래 전망에서는 두 종목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8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수원 삼성 서포터스가 시미즈 에스(S)펄스로 이적이 확정된 정대세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원의 정대세가 일본으로, 전북의 에두가 중국으로 이적하면서 엉뚱하게 선수 연봉 공개가 눈총을 받고 있다. 구단이 높은 연봉을 제시하지 못해 좋은 선수들이 떠난다는 논리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연봉 공개에 수원이 지갑을 닫는 사태가 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투명경영과 자생력을 말하지만 관중이 감소하면 자생력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선수단을 관리하며 성적에 목을 매는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다. 좋은 선수를 많이 보유하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얘기도 ‘투자 대비 수익’이라는 경영 전략적 사고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공허하다. 성적만 낸다고 수백억원의 연간 적자를 모기업이 무한정 감내할 것 같지도 않다. 성적 중심적 사고는 시민구단 성남이 지난해 허리띠를 졸라맸다가 올해 대기업 구단 못지않은 지출을 하고 있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월급을 주는 구단 대표이사와 좋은 선수들을 갖고 싶어하는 감독의 입장은 상충한다. 그러나 K리그의 비정상 상황에서는 지도자들도 경영이라는 큰 틀을 고민해야 한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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