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 수원 삼성→시미즈 에스펄스(일본 1부 리그
막강 자본력 앞세운 러브콜에
에두 중국행, 정대세 일본행 이어
고명진도 시즌 도중 카타르행
‘적자’ K리그 구단들은 속수무책
연봉 더이상 올려줄 여력 없고
관중수도 적어 반전 해법 못찾아
에두 중국행, 정대세 일본행 이어
고명진도 시즌 도중 카타르행
‘적자’ K리그 구단들은 속수무책
연봉 더이상 올려줄 여력 없고
관중수도 적어 반전 해법 못찾아
한국 프로축구계가 어수선하다. 스타 및 핵심 선수들의 ‘엑소더스’ 때문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과 막강한 자본력의 일본에 이어 경제대국 중국까지 가세해 K리그 스타들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11골(20경기)로 득점 선두를 달리던 브라질 출신 에두(34)는 최근 전북 현대를 떠나 중국 2부 리그(갑급리그) 허베이 화샤싱푸로 이적했다. ‘인민루니’ 정대세(31)도 수원 삼성에서 일본 J1리그 하위팀 시미즈 에스(S)펄스로 떠났다. 둘은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각각 1, 2위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과 수원의 핵심 공격수로, 시즌 중 이적이라는 점 때문에 충격파가 크다. 둘이 이적한 팀은 아시아권에서는 전북과 수원보다 명성이나 전력 면에서 떨어진다. 그런데도 이들은 더 많은 돈을 주는 팀으로 이적했다.
전북은 거액(40억원 추정)의 이적료를 챙기며 에두를 내보냈다. 수원도 2배에 이르는 연봉을 제시한 시미즈 에스펄스에 정대세(수원 연봉 3억원)를 빼앗겼다. FC서울의 핵심 공격미드필더 고명진(27)도 카타르 알라이얀 입단을 위해 15일 새벽 출국했다. FC서울 관계자는 “고명진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지만, 본인이 이적을 원해 두 구단 사이에 이미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최근 중국 1부 리그(슈퍼리그) 장쑤 세인티(쑨톈)로부터 계약기간 2년6개월, 총연봉 50억원의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FC서울과의 ‘의리’ 때문에 이를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축구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뒤, 각 프로구단들이 모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파울리뉴 등 해외 스타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K리그 클래식 주요 선수에게까지 손을 뻗쳐 데려가고 있다. FC서울의 전성기를 이끌던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베이징 궈안)을 비롯해 에스쿠데로(장쑤 세인티), 하대성(베이징 궈안) 등이 중국 리그로 진출한 바 있다.
기업구단의 경우 1년에 200억~400억원가량 쓰면서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이에 속수무책이다. 선수 연봉 등 인건비가 절반을 훨씬 넘는 상황에서 주요 선수를 잡기 위해 더이상 연봉을 올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야구 등에 인기가 밀리고 있는데, 중국 리그에 스타들을 다수 빼앗기면 K리그 클래식은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대세는 지난 12일 고별전인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 뒤 기자들에게 “K리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 수원 홈경기 때는 관중이 많아서 보람이 있었는데, 하위권 팀으로 원정을 가면 관중이 적어서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외로운 경기를 하면서 멍할 때가 많았다. K리그는 더 바뀌고 발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정대세가 뛴 원정경기 관중 수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지난 6월5일 시민구단인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경기에서 수원 삼성은 정대세의 맹활약으로 2-1로 이겼는데 관중 수는 고작 1240명이었다. 이날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부산 경기에도 관중 수는 1521명에 그쳤다.
한·중·일 프로축구 1부 리그 경기당 평균관중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K리그 클래식은 7905명으로, 중국 슈퍼리그(1만9077명)의 반도 안 된다. 일본 J1리그(1만7240명)와 비교해도 그렇다. 팀 수도 K리그 클래식은 12팀, 슈퍼리그는 16팀, J1리그는 18팀으로 차이가 난다.
K리그 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는 한 구단 단장은 “축구팬들이 국가대표 경기에만 열광하지 말고, 국가대표팀의 밑바탕인 K리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팬들이 한 경기라도 직접 경기장에 와서 봐주면 구단들이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홍보담당자는 “K리그 위기의식은 현재 축구계 종사자들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축구가 다음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꼴을 봐야 팬들이 한국 축구가 위기라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현재로선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에두: 전북 현대→허베이 화샤싱푸(중국 2부 리그)
고명진: FC서울→카타르 알라이얀(카타르 1부 리그)
한·중·일 프로축구 1부 팀 수와 경기당 평균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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